(주)한미래솔루션의 면접장.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두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얼굴의 생기가 모두 빨려나간 듯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사내(김고통 대리)였고, 다른 한 명은 거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이력서를 넘겨보는 중년의 사내(박멸종 부장)였다.
“마천도 씨. 이력서가 아주 기가 막히게 깨끗하네요. 경력은 아예 없고, 인턴 경험도 전무. 할 줄 아는 건 대체 뭡니까?”
박멸종 부장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비꼬았다. 마천도의 이력서는 백지에 가까웠다.
마천도는 허리를 곧게 펴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박 부장을 응시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오만할 정도로 단호한 대답.
박 부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모든 것? 허, 자신감이 우주를 뚫고 나가겠네. 그럼 묻지. 우리 (주)한미래솔루션에 지원한 진짜 이유가 뭡니까? 솔직하게 말해봐요.”
마천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수십만 마교도 앞에서 내뱉던 교주로서의 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상단을 발판 삼아, 가장 높은 곳에 서기 위함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맹수가 먹잇감을 노려보듯 면접관들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 상단을 완전히 제 손아귀에 넣고 집어삼킬 것입니다.”
순간, 면접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김 대리의 펜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뭐? 집어삼켜? 하!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박 부장이 분노하며 책상을 내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마천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순간, 마천도의 몸에서 시꺼먼 기세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내공은 잃었으나, 평생을 피비린내 나는 수라장에서 굴러오며 억만 명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절대자의 살기(殺氣)’. 그것은 영혼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있었다.
“……!”
박 부장의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쪼그라들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마치 눈앞에 거대한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자신의 목덜미를 노려보는 듯한 원초적인 생물학적 공포.
‘뭐, 뭐야 이 새끼… 눈빛이 왜 이래! 진짜 사람이라도 죽일 것 같잖아!’
박 부장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그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주)한미래솔루션은 업계에서도 악명 높은 블랙기업. 살인적인 야근과 갈굼으로 퇴사율이 90%를 육박했다. 당장 오늘 밤부터 피를 짜내며 굴려 먹을 노예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박 부장의 뇌는 살기 위해 기적의 논리를 만들어냈다.
‘잠깐… 저 눈빛. 저 똘끼. 저 정도의 미친놈이라면 우리 부서의 그 지옥 같은 야근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노예로 굴려 먹기엔 최고의 패기다!’
박 부장은 헛기침을 하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크흠! 좋, 좋아! 마음에 들어. 그 미친듯한 패기! 우리 회사에서 딱 원하는 인재상이군.”
마천도가 조용히 살기를 거뒀다.
박 부장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려는 것을 책상을 짚으며 간신히 버텼다.
“내일부터… 당장 출근해.”
마천도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계 정복을 위한 첫 번째 성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몰랐다. 자신이 발을 들인 이곳 전략기획팀이, 무림의 마교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합리적이고 잔인한 진짜 지옥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