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층 스카이라운지.
(주)한미래솔루션의 심장이자, 이 거대한 상단의 지배자가 머무는 곳.
마천도는 두꺼운 마호가니 문을 열고 회장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 너머로 서울 시내의 전경이 발밑에 아득하게 깔려 있었다.
바닥에 깔린 값비싼 페르시아 융단, 벽에 걸린 진품 명화들.
마천도는 이 공간에 흐르는 기운을 예리하게 읽어냈다.
‘훌륭하군. 이 방에 축적된 자본(내공)의 크기만 해도 웬만한 중소 문파 열 개는 가볍게 씹어 먹을 수준이다.’
그 화려한 공간의 중심, 육중한 가죽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 있는 노인.
최종수 회장이었다.
백발이 성성했지만 눈매만은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직원들을 회사의 부품으로만 여기고 가차 없이 소모하는 소시오패스적 폭군. 이 상단의 맹주(盟主)였다.
“마천도 인턴.”
최 회장이 시가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입사 이틀 만에 부장 하나를 감사팀에 꽂아 넣다니. 보통내기가 아니더군. 그래, 어디서 파견 나온 감사원 프락치라도 되나? 아니면 경쟁사에서 심어놓은 첩자?”
서늘한 질문. 평범한 신입이었다면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을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마천도는 오만한 미소를 입가에 매단 채 회장실 중앙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본좌… 아니, 저는 그저 상단의 썩은 살덩이를 도려내고 싶었을 뿐입니다.”
“썩은 살덩이?”
“회장님의 곳간에 구멍을 뚫고, 제 뱃속만 불리는 기생충들 말입니다.”
마천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최 회장의 눈동자에 흥미로운 빛이 스쳤다. 수십 년간 기업을 이끌며 수많은 인간 군상을 보아왔다. 아부하는 자, 두려워하는 자, 앙심을 품은 자.
하지만 눈앞에 선 이 애송이의 눈빛은 달랐다. 두려움도, 아부도 없었다. 오직 자신과 ‘동등한 포식자’의 위치에서 상대를 가늠하는 오만함이 번뜩이고 있었다.
‘재밌는 놈이군. 뒷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패기라.’
최 회장은 마천도를 ‘제정신이 아닌 미친개’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소시오패스인 그에게, 미친개만큼 다루기 좋은 장기말도 없었다.
“마천도. 나는 자네의 그 오만함이 마음에 들어. 하지만 회사는 정글이야. 이빨을 함부로 드러내면 다른 맹수들에게 물어 뜯기기 십상이지. 방금 자네가 날려버린 박 부장? 그놈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최 회장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은밀하게 말했다.
“사내에 내 돈을 빼먹고 파벌을 형성하는 늙은 임원 새끼들이 아주 득시글거려. 나는 그놈들의 목을 칠, 아주 날카롭고 피도 눈물도 없는 ‘칼’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새로 들어온 미친개(마천도)를 이용해 눈엣가시 같은 임원들을 청소하겠다는 권모술수였다. 용도가 다하면 가차 없이 꼬리를 자르겠다는 뜻이 노골적으로 내포된 제안이었다.
마천도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 고작 그따위 얕은 수작으로 나를 통제하려 들다니. 위선적인 정파 맹주 놈들과 똑같은 부류로군.’
하지만 천마는 기꺼이 그 미끼를 물어주기로 했다. 호랑이의 목줄을 끊기 위해서는, 먼저 호랑이의 품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니까.
“기꺼이 회장님의 칼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인턴 주제에 나랑 딜을 하겠다?”
“권한을 주십시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내의 모든 장부와 비리를 열람하고 결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전결권(專決權) 말입니다.”
최 회장의 미간이 꿈틀했다.
순간, 마천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꺼먼 살기가 회장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피바람을 몰고 다녔던 절대자의 안광.
그 찰나, 최 회장은 숨이 턱 막히며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뭐지… 방금 이 이질적인 압박감은?’
하지만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천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최 회장은 자신이 헛것을 느꼈다 여기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좋아. 전략기획팀 내에 ‘경영진단 특별 TF’를 신설하겠다. 자네를 실질적인 팀장으로 앉히지. 직급은 인턴이지만, 내 직속 권한을 대행하는 자리야.”
“성은이 망극하… 아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천도가 뒤돌아 회장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천마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찢어지며 올라갔다.
‘어리석은 노인. 그 권한이 곧 네놈의 숨통을 조이는 사신(死神)의 낫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실컷 내 위에서 군림하는 척해라. 살이 적당히 오르면, 가장 먼저 씹어 먹어 줄 테니.’
마왕과 소시오패스의 피 비린내 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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