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들 움직여라! 하나도 빠짐없이 싹 다 긁어와!”
(주)한미래솔루션 7층, 재무팀 사무실.
평소라면 타 부서의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철옹성 같은 곳에, 오늘 아침 거대한 회오리가 몰아쳤다.
김고통 대리를 필두로 한 전략기획팀(경영진단 특별 TF) 팀원들이 재무팀의 캐비닛을 열어젖히고 서류 더미를 박스에 쓸어 담고 있었다.
“아니, 김 대리! 지금 제정신이야? 우리 팀 장부를 왜 당신들이 가져가!”
재무팀 과장이 얼굴을 붉히며 막아섰지만, 김 대리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최 회장의 결재가 떨어진 공문을 들이밀었다.
“전결권. 회장님 직속 특명입니다. 방해하시면 감사 방해 및 증거 인멸 시도로 간주하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박 부장에게 쥐어짜이던 만년 대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눈에는 ‘제1호법’으로서의 기묘한 사명감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야근 금지와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받은 전략기획팀원들은 마치 마교의 맹목적인 돌격대(突擊隊)처럼 돌변해 있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3년 치 재무 장부와 법인카드 결제 내역, 부서별 예산 집행 내역을 모조리 카트에 싣고 본진으로 철수했다.
전략기획팀 사무실.
수십 개의 박스가 마천도의 책상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마 팀장님. 아니, 주군. 지시하신 재무팀 원본 데이터 전부 압수해 왔습니다.”
김 대리가 땀을 닦으며 보고했다.
부장석에 느긋하게 기댄 천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군. 내공 한 줌 없는 나약한 인간들이지만, 확실한 당근과 명분만 쥐여주면 이리도 맹수처럼 변하는 것을.’
천마는 마우스 휠을 굴리며 화면에 띄워진 수만 개의 숫자(천라지망)를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독수리 타법은 여전했지만, 눈동자가 움직이는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그는 마치 사람의 혈맥(血脈)을 짚어 기의 흐름을 읽듯, 회계 장부 속 ‘돈의 흐름’을 추적했다.
수백 개의 문파를 무너뜨리고 십만대산을 통치했던 마왕. 그 거대한 제국을 운영하며 쌓아온 재무적 통찰력은, 고작 자본주의의 말단 기업 장부 따위에 속아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찾았군.”
마천도의 손가락이 모니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김 대리. 이 ‘미래C&C’라는 하청업체. 분기마다 고정적으로 억 단위의 컨설팅 비용이 지급되고 있는데, 실질적인 용역 보고서는 단 한 장도 없다. 게다가 법인 주소지가 빈 창고로 되어 있군.”
김 대리가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숨을 들이켰다.
“이, 이건 명백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입니다. 재무팀 최 상무가 독단적으로 결재한 내역들이네요. 세상에, 이 정도 금액을 빼돌렸을 줄이야…!”
“단순히 혼자 먹은 게 아닐 것이다. 이만한 돈이 3년간 지속해서 빠져나갔다면, 위로 상납되는 굵직한 연결고리가 있겠지.”
천마가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려던 찰나였다.
쾅!!
전략기획팀 사무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넥타이를 풀어 헤친 중년의 사내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재무팀 최고 책임자, 최달호 상무였다.
“야, 김고통! 어떤 미친 새끼가 남의 부서 장부를 함부로 털어오라고…!”
최 상무의 분노 찬 고함이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부장석에 앉아 자신을 무미건조한 눈으로 쳐다보는 마천도를 발견하고는 삿대질을 해댔다.
“네놈이냐? 어제 들어온 낙하산 인턴 새끼가 너지? 네가 회장님 빽 좀 믿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어디서 인턴 나부랭이가 임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해!”
팀원들이 움찔하며 물러섰지만, 마천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소음공(騷音功)이 꽤 시끄럽군.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마천도의 나직하지만 묵직한 한마디가 최 상무의 고막을 때렸다.
“뭐, 뭐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회사 자금줄 내가 다 쥐고 있어! 나 하나 건드리면 회사 전체가 마비된다고!”
“안다. 네놈이 상단의 돈줄을 쥐고 있는 돼지 새끼라는 것쯤은.”
마천도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최 상무의 코앞까지 다가가, 짐승을 내려다보듯 서늘한 시선을 꽂아 넣었다.
“그래서 내가, 네놈의 그 썩어빠진 배를 갈라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 이 미친 또라이 새끼가! 내가 오늘 당장 네놈 목을…!”
“미래C&C.”
순간, 발악하던 최 상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안면 근육이 기괴하게 경련을 일으키더니, 핏발 선 눈동자가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천도는 공포에 질린 최 상무의 귓가에 대고 악마처럼 속삭였다.
“내일 아침까지 목을 깨끗하게 씻고 기다려라. 네놈의 그 더러운 횡령 장부를 들고, 내가 직접 참수(斬首)하러 갈 테니.”
이것은 선전포고였다.
부장을 넘어 임원진을 향한, 천마의 무자비한 사냥이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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