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걷히고, 신화대학교 배구부 훈련장에도 희미한 아침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분석실 안은 이미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들은 각기 다른 배구 경기 영상, 선수들의 생체 데이터 그래프, 그리고 복잡한 전술 시뮬레이션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이서하는 중앙 콘솔 앞에 앉아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어젯밤 강태준의 훈련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그의 모든 움직임을 수치화하고, 잠재된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는 중이었다.
어제 그에게 던진 말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의 문제는, 당신이 배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뱉어냈던 그 말 속에는, 과거의 내가 겪었던 처절한 자기 불신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강태준의 눈에서, 한때 배구밖에 모르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슬럼프는 단순한 컨디션 난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갉아먹는 독처럼, 그의 모든 플레이를 잠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