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너는… 아르카나 마법 학원에 입학을 허가한다.
심사위원장의 목소리가 돔 안에 울려 퍼졌을 때, 엘리엇은 당혹감 대신 차분한 확신을 느꼈다. 입학. 그것은 지하 유적에서 겪었던 그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사건 이후 예정된 수순처럼 느껴졌다.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특히 은빛 머리카락의 세레나 드 라르크가 보내는 얼음 같은 시선은 그를 마치 해부해야 할 관찰 대상처럼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엇은 그 시선들을 뒤로한 채 자신의 손바닥에 남은 감각에 집중했다.
하지만, 너의 마나 제어 능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너는 예측 불가능한 마법사로 분류될 것이며, 특별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학원 내에서 다시 한번 이런 사고를 치게 된다면, 즉시 제적될 것이다. 알겠나?
심사위원장의 단호한 경고에도 엘리엇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별 감시 대상. 그것은 학원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유적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활용해야 할 위치였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소년은 이미 지하 유적의 어둠 속에서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을 선택한 이 힘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엘리엇은 짧게 답했다. 손에 쥔 낡은 지팡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유적 깊은 곳, 그 거대한 제단 앞에서 느꼈던 고대 마나와의 완벽한 일체감. 그때 느꼈던 전율은 단순한 폭주가 아니었다. 지팡이를 통해 흘러들어온 태고의 힘이 자신의 영혼과 공명하던 그 감각을 엘리엇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심사위원장은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옆에 서 있던 젊은 교사에게 고갯짓했다. 엘리엇 학생의 배정은… 탐구 기숙사로 한다. 그리고 입학 절차와 학원 규칙을 상세히 설명해주게.
탐구 기숙사. 고대 마법 연구와 유물 탐사에 특화된 그곳은 엘리엇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학원이 자신을 연구하려 한다면, 자신 또한 학원이 숨기고 있는 유적의 기록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젊은 교사는 엘리엇에게 다가와 딱딱한 표정으로 따라오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교사를 따라 돔을 나서며 주먹을 꽉 쥐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제 명확한 실행력이 생겼다. 부모님의 기대를 넘어, 자신을 이 기묘한 운명으로 이끈 지하 유적의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했다.
돔을 나서자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광활한 전경이 펼쳐졌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물들과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룬 문자들은 아름다웠지만, 엘리엇의 눈에는 그것들이 거대한 봉인처럼 보였다. 젊은 교사는 엘리엇을 플라이트 카에 태웠다. 투명한 수정 카가 공중을 미끄러져 나가는 동안, 엘리엇은 발아래로 보이는 학원의 풍경 대신 자신의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유적에서 느꼈던 그 고대 마나의 흐름이 지팡이의 나뭇결 사이사이에 여전히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은 네 개의 기숙사로 나뉘어 있습니다. 용기, 지혜, 조화, 그리고 탐구. 교사는 차가운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탐구 기숙사는 고대 마법과 유물, 그리고 미지의 현상을 연구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엘리엇 학생에게는 특별히 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될 것이니 명심하십시오.
엘리엇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격한 규정은 오히려 다른 이들의 방해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될 수도 있었다.
탐구 기숙사는 학원 본관에서 떨어진 숲속의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이었다. 건물 주변을 감싼 신비로운 분위기와 오래된 양피지 냄새는 엘리엇의 탐구심을 자극했다. 복도에 전시된 낡은 유물들을 지나며 엘리엇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곳이 탐구 기숙사입니다. 엘리엇 학생의 방은 302호입니다. 룸메이트는 핀 학생이 될 겁니다.
교사는 설명을 마치자마자 사라졌고, 엘리엇은 302호의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온갖 잡동사니와 연금술 도구들로 가득했다. 침대 위에는 붉은색 곱슬머리의 소년, 핀이 엎드려 무언가를 분석하고 있었다.
어, 안녕? 드디어 왔네, 내 새로운 룸메이트?
핀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손을 흔들었다. 엘리엇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나는 엘리엇이야.
엘리엇? 아, 그 유적의 이단아 엘리엇! 소문은 벌써 파다해. 입학 시험장에서 그 난리를 피우고도 살아남다니 대단한걸?
핀은 싱글벙글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마나 제어 불능이라니, 그건 학원의 공식 입장일 뿐이지? 내가 보기엔 넌 제어를 못한 게 아니라, 너무 거대한 걸 담아버린 것 같은데. 그 낡은 지팡이, 그거 평범한 물건 아니지? 내 가설로는 그게 고대 유적의 핵심 장치와 공명하는 일종의 마스터 키 같은데 말이야.
핀의 말에 엘리엇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핀의 가설은 엘리엇이 유적 지하에서 몸소 체험했던 그 일체감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경계심이 치솟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이 환상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뒤따랐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핀은 턱을 문지르며 엘리엇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흐음, 역시 맞나 보네. 내 촉은 틀린 적이 없거든. 난 탐구 기숙사의 정보통 핀이야. 네 지팡이의 비밀, 그리고 네가 유적에서 본 것들… 그거 나랑 같이 파헤쳐보지 않을래? 넌 힘이 있고, 난 지식이 있잖아.
핀의 제안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다. 그는 엘리엇이 가진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면서도 그 이면의 진실에 굶주려 있었다. 엘리엇은 핀의 눈에서 자신과 닮은 탐구심을 보았다. 유적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력이 필수적이었다.
정말 도와줄 수 있나?
당연하지! 대신 조건이 있어. 네가 발견하는 그 고대 마나의 흔적들을 나한테 제일 먼저 공유해주는 거야. 그리고 내 실험에도 가끔 협조해주고. 어때, 파트너로서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핀은 자신만만하게 손을 내밀었다. 엘리엇은 잠시 주저하다 그의 손을 잡았다. 핀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가 던진 가설은 차갑고 예리하게 엘리엇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보다는,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긴장감이 그를 지배했다.
핀은 곧바로 엘리엇의 짐 정리를 돕기 시작하며 학원의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쏟아냈다. 엘리엇은 침대 옆 탁자에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르카나 학원의 밤은 고요했지만, 숲 너머 유적의 방향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부르는 듯한 고대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는 듯했다.
입학 첫날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엘리엇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특별 감시 대상이라는 낙인, 핀이라는 기묘한 조력자, 그리고 자신을 선택한 고대 지팡이. 모든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이 학원 아래 잠든 유적의 진실을 규명하고, 자신에게 깃든 이 거대한 힘의 정체를 밝혀낼 것이다. 엘리엇은 다가올 탐사를 머릿속에 그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팡이 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공명이 그의 잠결까지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