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는 조리대 아래의 잠긴 철문을 응시했다. 낡은 식칼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녀는 식칼을 굳게 쥐고, 문틈에 칼날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강하늘의 요리사 혼과 아멜리아의 신력이 융합된 칼날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순간, 굳게 닫혔던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안쪽은 예상대로 식료품 저장고였다. 습하고 꿉꿉한 공기 속에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선반 한쪽에 놓인 영롱한 푸른빛의 열매 하나였다. 폐허 속에서도 홀로 생기를 잃지 않은 그 열매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열매를 집어 들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우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에 그녀의 요리사 혼이 뜨겁게 반응했다.
파삭!
낡은 식칼이 힘차게 내려쳐지자, 갓 수확한 듯 싱그러운 열매가 정확히 두 동강 났다. 푸른빛이 감도는 칼날이 매끄럽게 과육을 가르고 지나간 자리에는, 영롱한 분홍빛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과일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폐허가 된 별빛 주방의 꿉꿉한 공기를 단숨에 밀어내며 맑게 정화했다. 아멜리아는 손에 들린 식칼과 눈앞의 열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직전 식료품 저장고에서 얻은 이 기묘한 열매는 그녀의 요리사 혼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낡은 주방에서… 나의 첫 요리가 시작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