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진 듯 어깨가 짓눌렸다. 윤서는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칼릭스의 팔을 간신히 붙잡고 질질 끌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제법 덩치 있는 성인 남자를 혼자 부축하며 걷는다는 것은, 평생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두드리던 그녀에게는 고행이나 다름없었다. 폐허가 된 정원의 흙길은 울퉁불퉁했고, 시든 덩굴과 뿌리들이 발목을 자꾸만 휘감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하아, 하아… 이봐요, 좀… 움직여봐요….”
아무런 반응도 없는 남자에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그는 그저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이 더운 여름밤에도 서늘하게 느껴졌다. 이 남자, 정말 사람인가? 아니, 사람이 아니면 더 큰일인데. 윤서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남자의 손끝에서 피어났던 푸른 마력, 그리고 그 마력에 반응해 아주 잠깐 생기를 되찾았던 시든 꽃잎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희망이었다. 이 남자가, 어쩌면 이 정원을 살릴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녀의 지친 몸을 움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