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준은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문밖의 다급한 외침은 옴니코프의 비밀 시설에서 보았던 그 그림자 인물과 어둠 속에서 빛나던 기억 칩의 잔상과 겹쳐졌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제는 단순한 기억 복원 의뢰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미로의 첫 번째 입구였다.
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낡은 철문 틈새로 네오 서울 하층 구역의 탁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틈새 너머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수수하지만 활동적인 옷차림, 어깨에 메고 있는 낡은 크로스백, 그리고 손에 든 휴대용 뉴스 패드. 그녀는 바로 서유진이었다.
"강하준 씨…! 제발, 제발 좀 도와주세요."
서유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필사적인 의지가 그렁그렁한 눈동자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강하준은 그녀의 얼굴에서 며칠 밤낮을 잠 못 이루며 진실을 찾아 헤맨 흔적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