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빌딩 옥상 난간을 붙잡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안정적인 연인? 고작 그 이유로 꿈에 그리던 프로젝트를 놓칠 위기에 처하다니, 세상에 이런 불합리한 일이 또 있을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가짜 연인’이라는 세 글자로 가득 찼다. 일주일. 단 일주일 안에 그럴듯한 ‘누군가’를 만들어내야 했다.
“말도 안 돼….”
탄식 같은 중얼거림이 밤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서연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연락처 목록을 스크롤했다.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 동기, 회사 선후배… 죄다 일로 얽힌 관계거나, 아니면 정말 친한 친구들뿐이었다. 그 흔한 썸남 하나 없는 그녀의 현실이 이토록 잔인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이… 이 상황에서 누구한테 부탁을 해?’
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대뜸 ‘나랑 한 주 동안만 연인인 척 해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만약 있다고 해도, 그녀가 그 앞에서 연인 행세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을까? 연애 경험 전무한 이서연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강단 있는 편이었지만, 연애 감정만큼은 예외였다.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앞설 것이 뻔했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도시의 야경으로 향했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마치 그녀의 복잡한 심경처럼 어지럽게 반짝였다.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구원해 줄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