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을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한유진의 심장은 여전히 아까의 기억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낡은 게시판에 붙은 ‘기억 조각 수집 동아리’라는 문구가 그녀의 눈에 박힌 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방금 전 겪었던 기이한 환상 같은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스쳐 지나갔던 신비로운 남자의 잔상. 이 모든 것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이 낡은 포스터와 기묘하게 맞물리는 듯했다. 잊혀진 기억, 수집. 과연 그곳에 가면, 방금 자신이 겪었던 현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될까? 유진은 포스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녀의 작은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진아!”
귓가를 때리는 활기찬 목소리에 유진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환한 미소를 띤 강민준이었다. 같은 과 동기인 민준은 늘 유진보다 한 박자 빠르게 주변에 적응하며 인싸의 면모를 뽐내는 아이였다. 그는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한 잔을 유진에게 내밀었다.
“여기, 너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왜 여기서 멍하니 서 있어? 곧 동아리 박람회 시작인데 안 갈 거야?”
민준의 친근한 말에도 유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커피를 받아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 전해졌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민준은 유진의 옆에 바싹 다가서며 게시판을 훑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