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선형적 데이터였다. 수많은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파동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완벽한 AI조차도 10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한유진은 자신의 AI가 사랑의 패턴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관계의 확률을 제시하는 것을 보며 늘 생각했다.
‘내 알고리즘은 완벽한데, 왜 내 연애는 늘 ‘오류’일까?’
그녀의 AI, ‘에이치(H)’는 인간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대화 스크립트를 생성하며, 심지어 데이트 코스까지 제안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에이치를 만든 유진 자신은 스물다섯 해 동안 단 한 번도 로맨틱한 관계에 발을 들여본 적 없는 모태솔로였다. 감정 표현은 서툴렀고, 타인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숨겨진 의도를 읽어내는 데는 완전히 무감각했다. 그녀에게 연애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코드로 가득 찬 버그 투성이의 프로그램과 같았다.
“관계는 복잡한 데이터의 집합이며, 저는 그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의 시뮬레이션 경로를 제시합니다.”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유진의 AI 에이치처럼 차분하고 분석적이었다. 그는 ‘관계 시뮬레이션 컨설턴트’라는 기묘한 직업을 가졌다. 그리고 유진에게 ‘가짜 연애’를 통한 연애 훈련을 제안했다.
“프로토콜에 따라 움직이는 관계, 흥미롭지 않습니까?”
가짜 연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유진의 세계에, 가장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가짜’라는 변수가 끼어들었다. 완벽한 계약 관계로 시작된 관계 속에서, 그녀는 과연 ‘진짜’ 연애를 학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감정이라는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녀의 알고리즘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