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 그것은 내게 언제나 고통스러운 이름이었다.
에테리움 아카데미의 거대한 실습실, 마나 결정으로 빛나는 천장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수십 명의 신입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나 증폭기를 앞에 두고 숨죽이고 있었다. 첫 마나 조작 실습.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지만, 내게는 그저 또 한 번의 좌절이 예고되는 순간일 뿐이었다.
내 손목을 감싸고 있는 얇은 보호 팔찌가 미세하게 떨렸다. 팔찌는 과도한 마나 파동으로부터 내 신경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평온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느껴질 마나가, 내게는 수백만 개의 바늘이 동시에 꽂히는 듯한 격렬한 진동으로 다가왔다. 이 실습실을 가득 채운 마나는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소음 덩어리였다. 그 속에서 교수가 지시하는 ‘안정적인 마나 흐름 형성’ 같은 건, 마치 폭풍우 속에서 촛불을 켜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자, 이제 각자의 마나 회로에 의식을 집중하고, 마나를 끌어올려 증폭기 중앙의 코어를 활성화시키십시오.”
교수의 목소리가 실습실에 울렸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멎고, 곧이어 푸른빛, 녹색빛 등 다채로운 마나의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다른 이들이 매끄럽게 마나를 끌어올리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내게 마나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모든 마나 입자들의 미세한 떨림, 서로 부딪히고 흩어지는 파동, 심지어는 이 공간을 채우는 마나의 미세한 균열까지.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특히, 아카데미를 지탱하는 안정화된 마나 결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위적인 마나 흐름은 내게 불협화음의 절정이었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기에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그 속에서 삐걱거리는 작은 파동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나를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실습실의 마나가 내 의식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온몸을 덮치는 듯한 아찔한 감각. 마나 결정의 인공적인 흐름 속에서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마치 병든 생명체처럼 일그러진 파동들이 내 신경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저게 대체 뭐지? 모두가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이 마나 흐름 속에서, 나는 혼자만 썩어가는 틈새를 보고 있었다.
“크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손끝에서 겨우 모은 마나는 형편없이 흩어져 버렸다. 증폭기 코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이미 푸른빛, 금빛 마나 코어가 안정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금빛을 뿜어내는 이는 단연 세레나였다. 수석 입학생다운 완벽한 마나 조작. 그녀의 코어는 마치 작은 태양처럼 빛나며 실습실을 압도했다.
“렌. 다음 순서입니다.”
교수의 나직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미 내 차례는 지나버린 후였다. 다시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내 마나는 증폭기 코어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저 흐릿한 잔상만 남긴 채 흩어졌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실패야? 역시 마나 과민증 환자는 안 된다니까.”
“에테리움 아카데미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특례 입학인가?”
“저런 애들 때문에 아카데미 수준이 떨어진다고.”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이 말하는 ‘마나 과민증’은 내게 저주와도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감지하지 못하는 마나의 미세한 흐름까지 감지해내는 이 능력은, 일반적인 마나 조작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소음. 나는 그 속에서 길을 잃었다.
교수는 한숨을 쉬며 내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렌 군. 아무리 마나 과민증이라 해도, 기본적인 마나 흐름 제어는 필수입니다. 이대로는 졸업은커녕 다음 학년 진급도 어렵습니다. ‘열등생’ 낙인이 찍힐 수도 있습니다.”
열등생. 그 단어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나는 그들에게 내 능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실습실을 채운 마나가 사실은 병들어가고 있다고, 그 속에서 미세한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그들은 오직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믿었다.
결국 나는 실습실 한편에 마련된 ‘열등생’ 구역으로 물러섰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벽에 기대어 다른 학생들의 실습을 지켜봤다. 세레나는 여전히 완벽했다. 그녀의 마나는 거침없이 흘러갔고, 증폭기 코어는 그녀의 의지에 따라 춤을 추듯 반응했다. 그녀의 주변은 긍정적인 마나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내 손목의 보호 팔찌가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훨씬 강하고 불규칙한 떨림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실습실 전체를 감싸고 있는 마나 흐름 속에서, 내가 아까 감지했던 그 미세한 균열이 순식간에 확장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유리잔에 금이 가듯, 점차 넓어지며 불안정한 파동을 뿜어냈다.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의 마나 조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교수도, 세레나도, 그 누구도 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안정적인 마나 흐름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달랐다. 그 균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울렸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 내 고막을 찢을 듯했다.
이건 마나 스톰의 전조였다. 그것도 아카데미 내부에서,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 균열은 마나 증폭기 하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증폭기 코어의 빛이 일그러지고, 마나가 역류하며 기계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저, 저건…!”
나는 입을 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나 증폭기는 격렬한 빛과 함께 폭발했고, 실습실은 순식간에 혼돈에 휩싸였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편들이 튀었고, 불안정한 마나 파동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내 눈에는 그 혼돈 속에서 마나 스톰의 핵이 형성되는 과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무작위적인 파괴로 보이겠지만, 내게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불협화음 속에서 움직이는 복잡한 파동의 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춤의 가장 약한 ‘틈’을 보았다.
그 틈새를 막아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마나 스톰을 진압하기 위해 거대한 마나 장벽을 세우고 강력한 마나 포화를 쏟아붓는 동안, 나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균열을 통해 스톰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나는 폭발의 잔해를 헤치고 마나 스톰이 형성되는 중심으로 달려들었다. 내 손목의 보호 팔찌는 미친 듯이 진동하며 경고를 보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렌! 위험해!”
세레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마나의 틈새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 틈을 막지 못하면, 이 실습실뿐만 아니라 에테리움 아카데미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마나 스톰의 가장자리에 다다랐다. 병든 마나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 몸의 모든 신경이 마나의 과부하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스톰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그 누구도 듣지 못하는 희미한 ‘파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절규였다. 고통받는 마나의 절규.
나는 손을 뻗었다. 내게는 다른 이들처럼 강력한 마나 조작 능력도, 견고한 마나 방벽을 세울 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스톰의 가장 취약한 지점, 가장 불안정한 파동의 ‘핵’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내 손끝이, 모두가 보지 못하는 마나의 가장 깊은 틈새를 향해 움직였다. 과연 이 손으로, 이 불안정한 감각으로, 나는 이 혼돈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일까.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순간, 나는 오직 그 파동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나 스톰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