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달빛 아래, ‘이야기 담은 서점’ 뒤편의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서준의 등 뒤로 익숙한 서점의 온기가 멀어지고,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서사 독자의 미약하지만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윤아영의 마지막 말이 그의 귓가에 선명하게 맴돌았다. ‘그곳에 가면, 소녀의 서사 조각이 이서준 씨에게 말을 걸어올 겁니다.’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마치 알 수 없는 운명의 문을 여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서준의 내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손에 들린 동화책 ‘구석동의 심장을 품은 소녀’의 낡은 표지는 습기를 머금어 축축했지만, 오히려 그 감촉이 그의 발걸음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동화책을 품에 안고 느티나무에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