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청람 아카데미의 하늘은 아직 짙은 남색이었다. 기숙사 창밖으로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스며들었고, 침묵은 훈련 시작을 알리는 경종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남자 조정팀 ‘블랙 드래곤즈’의 기숙사는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도 활기 없는 정적에 잠겨 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제저녁, 낡은 보트하우스를 뒤흔들었던 작은 키잡이의 선언이 선수들의 잠을 파고들었다.
“만약 그가 제 지시를 따르지 않을 생각이라면, 이 승리호에서 내리게 될 거라고.”
윤서하의 그 한마디는 강은호 선수에게 전해진 경고이자, 동시에 팀 전체에 던져진 선전포고였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던 차이준은 한숨을 쉬었다. 옆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강은호는 새벽 일찍부터 잠자리에 없었다. 아마 어제저녁 서하의 말에 대한 분노와 복잡한 심경을 안고 어디론가 향했을 것이다. 이준은 은호의 까칠함 뒤에 숨겨진 책임감과 자존심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서하의 말은 은호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었고, 동시에 이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갈증까지 들춰냈다. ‘에이스의 그림자에 숨어, 자신의 빛을 잃어가고 있죠.’ 서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