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중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서아는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한숨 속에는 어제 밤의 작가에게서 받은 메일의 잔잔한 여운이 섞여 있었다. 따뜻하고 정중한 문장들. 강태준 대표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것이 서아의 마음 한구석에 작은 온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일부터 시작될 강태준 대표와의 지옥 같은 현실을 상기시키며 불안감을 키웠다.
다음 날 아침, 서아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30층 대표이사 집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기 있었지만, 눈빛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어제 강태준 대표가 던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가차 없을 겁니다’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과 낮은 목소리가 마치 실체가 있는 압력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대표이사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강태준 대표는 이미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일찍 출근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서류 뭉치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모니터에서는 복잡한 그래프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서아에게 첫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