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절대적인 어둠 속으로 잠겼다. 다희는 숨을 멈췄다. 어둠은 그녀의 예민한 시각을 마비시키는 대신, 다른 감각들을 폭주시키는 방아쇠가 되었다. 코끝에는 여전히 오래된 책과 숲의 흙냄새, 그리고 희미한 꽃향기가 뒤섞인 복잡한 향기가 맴돌았다. 향기 속에는 잊힌 시간의 흔적과 함께, 누군가의 그리움이 응축되어 있는 듯했다. 귀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깊은 슬픔을 담은 듯한 첼로 선율이 섞여 들려왔다. 그 소리들은 마치 과거의 한 장면을 재생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피부에는 차가운 새벽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동시에 닿는 듯한 기이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입안에서는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묘한 맛이 여전히 감돌았다.
그녀의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은 물리적인 존재감이라기보다는, 차가운 감각의 파동에 가까웠다. 마치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조각이 그녀의 심장을 겨누는 듯한 느낌. 다희는 몸을 굳힌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그’의 존재를 외치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감각적 경험을 창조한 장본인이었고, 동시에 그 경험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