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어제의 나는 분명 횡단보도를 건너다 거대한 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휩싸였는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차가운 천장이었다. 익숙한 형광등 불빛 대신, 은은한 마나석 조명이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젠장, 이게 무슨…."
겨우 입을 열었지만, 나지막이 흘러나온 목소리는 내가 알던 것과 달랐다. 여리고 청아한, 낯선 목소리였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자, 길게 늘어진 은은한 핑크빛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부드럽고 가벼운 감촉. 이 핑크색 머리카락은 내 것이 아니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방 한쪽에 놓인 거울로 향했다. 거울 속에는 스무 살 남짓한 여인이 서 있었다. 햇살 아래 신비롭게 빛나는 핑크빛 머리카락과 커다란 자수정색 눈동자.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와 여리여리한 체구. 이 모습은… 내가 아니었다. 김유나, 서른 살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는, 어제 죽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들. 아스테라 제국. 황녀. 세라피나.
마법 못 쓰는 황녀님의 숨겨진 마법. 내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읽었던 웹소설의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