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고 빗소리가 다시 가게를 채웠지만, 한소리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손에 쥐여 있던 유도진의 명함은 이미 구겨져 있었다. ‘멜로디 포르테 인수 프로젝트 기획안.’ 그 문구가 그녀의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단순한 희귀 LP 구매자가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 가게를 통째로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소름이 돋았다. 등골을 타고 차가운 기운이 흘러내렸다.
"누나, 왜 그래? 얼굴이 새파래."
하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소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서류 봉투가 사라진 문 쪽을 응시했다. 유도진이라는 이름 석 자가, 그리고 넥서스 테크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멜로디 포르테의 아늑한 공간을 집어삼키려는 듯 느껴졌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그녀의 유일한 보금자리. 그것이 지금, 돈과 권력을 앞세운 한 남자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날 밤, 소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빗소리는 밤새도록 창문을 두드렸고, 그 소리는 마치 그녀의 불안한 심장 박동처럼 들렸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지만, 눈을 감으면 유도진의 차가운 눈빛과 ‘인수 프로젝트’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가 그랬듯, 이 가게는 그녀의 삶이었다. 절대 내어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