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터미널 화면에 떠오른 섬뜩한 문구와 늑대 문양은 아서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고정되었고, 손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핏줄이 불거진 손등 위로 푸른 힘줄이 뱀처럼 꿈틀거렸다. 연구실을 가득 채운 기계음은 아득한 배경 소음처럼 멀게 느껴졌고, 차가운 공기마저 그의 피부를 뚫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온몸의 감각이 마비된 듯, 그는 그 자리에 미동조차 없이 굳어버렸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제임스의 죽음. 이스트엔드 구역 4번가의 비극. 의뢰인으로 위장한 암살자. 런던으로 돌아온 자신을 추적하던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메인 터미널에 나타난 ‘울프팩’의 문양과 섬뜩한 환영 메시지까지. 이 모든 것이 그를 다시 ‘하운드’로 끌어내기 위한 거대한 그림자 조직의 정교한 함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배신감은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유일한 혈육의 죽음이, 고작 자신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는 잔혹한 진실이 아서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의 뇌는 이성을 거부하며 오직 그 끔찍한 사실만을 되뇌었다. 제임스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던 순간의 클로이의 목소리, 그 차가운 절망이 다시금 그의 귓가에 울렸다. 그는 그토록 소중했던 동생의 죽음 앞에서 분노할 자격조차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그의 슬픔은 순식간에 차가운 증오로 변질되었다.
수년간 애써 외면하고 묻어두려 했던 ‘하운드’의 잔혹한 그림자가 다시금 그의 존재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처절하게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그는 런던 외곽의 한적한 탐정 사무실에서, 평범한 의뢰를 처리하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꿈꿨다. 그러나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유일한 공간, 그의 마지막 은신처마저 적의 손아귀에 있었다. 런던 시내 지도 위에서 붉은색 표식으로 깜빡이던 자신의 탐정 사무실의 위치는 그에게 더 큰 충격과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움직임, 그의 모든 생각까지도.
이 모든 것이 ‘울프팩’의 계획 아래 움직였다는 생각에 아서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과거 ‘팬텀-7’ 시절, ‘울프팩’과의 악연은 단순한 적대 관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한발 앞서 있었고, 아서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가족, 동료,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들의 예측력은 늘 아서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해체된 줄 알았던 그들이 이토록 치밀하게 복귀하여 자신을 런던으로 유인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복수심을 넘어선 깊은 공포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죽음을 가장한 채, 아서가 가장 취약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서? 들려?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어. 괜찮아?”
인이어를 통해 클로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서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내려 했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충격적인 교차점에 갇혀 있었다. 그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내면의 분노는 이미 활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뜨거운 용암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턱관절이 으스러질 듯 힘껏 닫혔고, 그의 눈동자는 붉은 섬광을 띠는 듯했다.
제임스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자신을 향한 살의 깊은 유인책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모든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운드’로서의 삶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음을, 잔혹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가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과거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대가를 치르게 하며 그의 목덜미를 다시 움켜쥐었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 역설적으로 아서의 눈빛은 점차 흔들림 없는 차가운 결의로 변해갔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무대였음을 이해하자, 아서는 오히려 기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사냥개가 사냥감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냥감이 되어 사냥꾼을 유인하는 상황. 그는 이제 이 거대한 사냥의 규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냥꾼이 미끼를 던졌으니, 이제 그 미끼가 어떤 이빨을 가졌는지 보여줄 차례였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굳게 닫혔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인 듯 거칠고 낮았다.
“그들이 돌아왔군.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클로이가 인이어 너머에서 숨을 들이켰다. 아서는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평범한 탐정 아서 블랙우드의 흔적은 없었다. 오직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만이, 과거의 잔혹한 사냥개, ‘하운드’의 재림을 알리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잊고 싶었던 자신을 다시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피로 얼룩진 재회는, 런던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아서는 메인 터미널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울프팩’의 문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그의 망막에는 여전히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박힌 듯 선명했다. 손바닥에 파고들었던 손톱 자국에서 뒤늦게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통증은 현실이었고, 그 현실은 그가 직면한 상황만큼이나 냉혹했다.
“아서? 들려?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어. 괜찮아?”
클로이의 목소리가 인이어를 통해 다시금 귓가를 파고들었다. 걱정과 초조함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아서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폐 속 가득 찬 차가운 공기가 그의 심장을 진정시키는 듯했다.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의 상태가 아니라, ‘울프팩’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정신 차렸어.” 아서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전의 격정적인 분노 대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처럼 차갑고 명료했다. “클로이, ‘울프팩’이 남긴 다른 흔적은 없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왜 나를 끌어내려 한 건지.”
그는 메인 터미널의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클로이의 손가락이 원격으로 움직이는 듯, 화면 속 수많은 데이터 창이 빠르게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다른 메시지는 없어. 그들은 당신이 저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모든 흔적을 지우도록 프로그래밍해 뒀던 것 같아.” 클로이의 목소리에는 허탈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나이트폴’ 관련 파일들을 더 깊이 분석했어. 특수 합금탄 생산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아. 단순한 소량 생산이 아니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어. 그리고 유통 경로가… 런던의 주요 기관과 인사들에게 연결되어 있어. 보안 시설, 정부 청사, 심지어는 경찰서 내부까지. 이건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야, 아서. 이건… 런던 전체를 마비시키려는 계획 같아. 핵심 인프라와 권력층을 동시에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야.”
클로이의 분석은 아서의 직감과 정확히 일치했다. ‘울프팩’은 단순히 그에게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훨씬 더 거대하고 파괴적이었다. 런던 전역을 감시하는 시스템과 ‘나이트폴’ 프로젝트의 특수 합금탄. 이 모든 것이 런던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 혼란 속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임을 아서는 직감했다. 그들의 최종 목적은 런던의 심장을 꿰뚫는 것이었다.
“확실하군.” 아서는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짧게 내뱉었다. “그들이 노리는 게 나뿐만이 아닐 거야. ‘나이트폴’ 프로젝트와 런던 전체에 대한 감시…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야. 그들은 런던을 뒤흔들 권력을 노리고 있어.”
그의 머릿속에서는 과거 ‘팬텀-7’ 시절, ‘울프팩’과의 악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언제나 큰 그림을 그렸고, 예측 불가능한 방법으로 혼란을 야기했다. 과거의 잔상은 그의 내면을 끓어오르게 했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지금은 냉정해야 했다.
아서는 스크린 한쪽에 여전히 붉은색 표식으로 깜빡이던 자신의 탐정 사무실을 떠올렸다. 그들은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약점, 그의 은신처, 그리고 그가 보호하려 했던 모든 것들. 사무실의 낡은 나무 문, 삐걱거리는 계단, 창문 너머로 보이는 런던의 회색빛 하늘까지. 그 모든 일상적인 풍경이 이제는 적의 시선 아래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내 사무실에 대한 감시 기록은? 그들이 언제부터 날 지켜봤지?” 아서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였다.
클로이는 잠시 망설였다. 인이어 너머로 키보드 소리가 잠시 멈췄다.
“정확한 기록은 삭제되어 있지만, 패턴을 보면… 당신이 런던에 돌아온 직후부터야.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당신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제임스의 죽음 이후 당신이 런던으로 올 것을 알았고, 이 공장으로 올 것까지 예상했어. 이 모든 게… 당신을 위한 무대였어, 아서.”
클로이의 말은 아서의 심장을 다시 한번 꿰뚫었다. 그는 완벽하게 적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던 것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예측되고 조작되었다는 생각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활화산처럼 그의 내면을 뒤흔들었다. 제임스의 죽음이 단지 미끼였다는 잔혹한 진실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킬 뻔했다. 그러나 절망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연구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낡은 형광등이 깜빡이며 기계들의 그림자를 흔들었다.
이제 감정적인 동요는 사치였다. 그는 ‘하운드’였다. 사냥감으로 전락한 사냥개일지라도, 여전히 이빨을 드러낼 줄 아는 맹수였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제는 정면으로 맞서 싸울 때였다.
“클로이, 이 시설에서 얼마나 더 정보를 뽑아낼 수 있지? 그들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 그리고… 내 사무실에 대한 대비책은? 그들이 내 사무실을 노릴 경우에 대비해야 해.”
아서는 클로이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많은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적의 움직임을 역이용할 방법, 감시망을 무력화시킬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클로이의 안전이었다. 그는 이 위험한 게임에 그녀를 끌어들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의 마음 한구석을 맴돌았다. 클로이는 그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그가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
“이 시설의 서버는 이미 대부분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백업한 상태야. 지금 당장 추가 정보를 얻는 건 어려울 거야. 하지만 ‘나이트폴’ 프로젝트의 핵심 생산 거점이나 ‘울프팩’의 주요 은신처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클로이가 답했다. “사무실에 대한 대비책은… 일단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물리적인 보안을 강화해야 해. 하지만 그들이 이미 내부 침투를 했다면….”
“그들이 내부 침투를 했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직접 보여줘야지.” 아서의 눈빛은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백업이 끝나는 대로 이 시설의 모든 데이터를 파괴해. 그리고… ‘나이트폴’의 생산 거점, 런던의 주요 기관에 연결된 유통 경로, 그리고 ‘울프팩’의 은신처에 대한 단서를 최우선으로 찾아. 그들이 다음 수를 둘 곳을 예측해야 해.”
그는 메인 터미널에서 물러나 연구실 중앙으로 향했다. 발걸음마다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런던의 심장부를 노리는 ‘울프팩’의 계획은 단순한 복수를 넘어선 거대한 음모였다. 아서는 이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서, 자신의 패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뇌했다. 사냥개는 사냥감의 냄새를 맡고, 그 흔적을 쫓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사냥꾼이 미끼를 던졌을 때, 그 미끼를 이용해 사냥꾼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의 냉철한 판단력과 잔혹한 본능이 다시금 깨어나고 있었다.
“클로이, 그들이 다음으로 노릴 곳은 어디일 것 같아? 가장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곳, 혹은… 그들의 최종 목표와 가장 밀접한 곳.”
아서의 질문은 클로이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런던의 밤은 깊어지고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하운드’는 새로운 사냥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서는 분노가 차가운 전략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이제는, 사냥개를 풀어놓을 때였다.
그의 내면에서는 분노가 차가운 전략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이제는, 사냥개를 풀어놓을 때였다.
아서는 메인 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화면에 남아있는 암호화된 좌표들의 잔재를 훑어보던 그의 눈빛은 런던의 밤처럼 깊고 어두웠다. 하지만 그 속에는 맹렬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버려진 군수 공장의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녹슨 철골 구조물 사이로 스며드는 밤바람은 스산한 비명을 토해냈지만, 아서의 심장은 그 어떤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자신의 다음 수를 결정한 상태였다.
"아서, 이 공장에서 더 이상 얻을 정보는 없어. 그리고 이 시설은 언제든 발각될 수 있어. 빨리 벗어나야 해."
인이어를 통해 들려오는 클로이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아서의 움직임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연구실 출구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단호했다. 낡은 콘크리트 바닥을 밟는 그의 부츠 소리가 적막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알고 있어." 아서의 목소리에는 과거 ‘하운드’ 시절의 냉혹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내 사무실을 감시하고 있다면, 내가 거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할 거야. 그들의 예상을 깨야지."
그는 더 이상 평범한 탐정 아서 블랙우드가 아니었다. 그의 심장 속에서는 수년간 억눌려 있던 ‘하운드’의 본능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울프팩’이 애타게 기다리던, 죽음의 냄새를 쫓는 사냥개. 그들이 의도적으로 깨운 존재. 그의 눈빛은 런던의 밤처럼 어둡고 깊었지만, 그 안에 불타는 복수심은 어떤 어둠도 집어삼킬 듯했다. 제임스의 죽음은 단순한 복수를 넘어, 런던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냥꾼이 던진 미끼를 물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미끼를 이용해 사냥꾼을 유인할 차례였다.
"클로이, '프로젝트 나이트폴'의 특수 합금탄이 생산되는 다른 거점은 파악됐나?"
아서의 질문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클로이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녀의 인이어 너머로 키보드 타건 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아직 정확한 위치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몇몇 암호화된 좌표가 있어. 그 중 하나가… 런던 도크랜드 지역의 버려진 조선소 부근이야. 과거 군사 기밀 물품을 제조하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현재는 폐쇄된 지 오래된 곳으로 위장되어 있어."
도크랜드 조선소. 런던의 심장부에 가까운 곳이었다. 아서는 그 말에 멈칫했다. 폐쇄된 조선소… 낡은 철골과 부식된 금속들이 가득한 곳. 시궁창 냄새와 녹슨 쇠 냄새가 뒤섞여 있을 그곳에서, ‘울프팩’은 새로운 죽음을 제조하고 있을 터였다. 그의 뇌리에는 수많은 정보가 스쳐 지나갔다. 도크랜드는 복잡한 수송망과 은밀한 침투 경로를 제공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들이 그곳을 선택한 이유가 명확했다.
"그곳으로 향한다."
아서의 결정은 빠르고 단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클로이는 놀란 듯했지만, 아서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그가 한 번 결심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알겠어. 경로를 최적화하고 있어. 하지만 아서, 조심해야 해. 그곳은 분명 함정일 거야. 그들이 당신이 그 정보를 찾을 것을 예상하고, 미리 손을 써두었을 가능성이 높아."
클로이의 경고에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차가운 조롱과 함께 비장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함정이라… 어차피 이 모든 게 함정이었어. 제임스의 죽음부터, 이 공장까지. 이제 내가 그들의 함정에 걸어 들어가는 사냥개가 되어주지. 하지만, 사냥개도 때로는 사냥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그들이 깨운 사냥개가 얼마나 잔혹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거야."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낡고 육중한 공장 문을 열고 런던의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삭막한 공장 내부와는 달리, 바깥의 밤공기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희미한 달빛 아래, 런던의 스카이라인이 저 멀리 어렴풋이 보였다. 그의 눈빛은 런던의 밤처럼 어둡고 깊었지만, 그 안에는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복수심과 냉철한 계산이 공존하고 있었다.
‘울프팩’은 자신을 끌어내려 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존재를 깨웠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서의 그림자가 런던의 밤거리로 길게 드리워졌다. 그의 시선은 도크랜드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죽음의 냄새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단순히 합금탄의 비릿한 철 냄새가 아니라, ‘울프팩’의 피 냄새와 섞여있을 것임을 아서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런던의 심장부, 죽음의 냄새가 피어오르는 도크랜드 조선소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밤은 깊어지고,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