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외곽의 버려진 군수 공장을 등지고 아서는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런던의 밤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폐를 찔렀지만, 동시에 그의 혼탁했던 정신을 맑게 씻어내는 듯했다. 공장 내부에서 발견한 ‘울프팩’의 문양과 ‘어서 와, 하운드. 네가 올 줄 알았어.’라는 섬뜩한 메시지는 그의 심장을 얼음처럼 차갑게 식혔지만, 동시에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동생 제임스의 죽음이 자신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였음을 확신한 순간, 아서는 더 이상 평범한 탐정 아서 블랙우드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 ‘하운드’ 부대의 정예 요원, 특수 작전명 ‘팬텀-7’의 리더 아서였다. 그의 눈빛은 런던의 밤처럼 어둡고 깊었지만, 그 안에는 복수심과 냉철한 계산이 공존하고 있었다.
“클로이, 지금부터 내 위치 추적을 최소화하고, 도크랜드 지역의 모든 감시망을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파악해줘. 특히 폐쇄된 조선소나 창고 지역에 집중해.”
아서의 귓속말은 런던의 소음 속에서도 명확하게 울렸다. 그의 귀에 꽂힌 초소형 무선 이어피스 너머로 클로이의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어, 아서. 울프팩은 네가 그 공장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너의 움직임을 예상했을 거야. 하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어. 템스 강변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 구식 CCTV는 해킹했지만, 신형 드론 감시망은 예측 불허야. 시야를 넓게 가져가.”
클로이의 경고는 아서의 머릿속에 즉각적인 전술 지도로 재구성되었다. 그녀는 아서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그의 과거를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런던 소방청(LFB) 라디오를 해킹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은 단순한 해커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녀는 도시의 모든 전파를 읽고, 그 속에서 울프팩의 그림자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눈이었다.
아서는 어둠 속을 유령처럼 미끄러져 이동했다. 그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그림자는 런던의 건물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런던의 밤은 수많은 불빛과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아서에게는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정지 화면처럼 느껴졌다. 그의 감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바람의 방향, 희미한 배기 가스 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심지어는 작은 쥐 한 마리가 하수구 속으로 사라지는 움직임까지도 그의 의식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수년간 억눌러왔던 ‘하운드’의 본능이 깨어나자, 그의 몸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밤의 도시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평범한 탐정으로 살아가던 시절, 그는 이런 감각들을 의도적으로 무디게 만들었다. 런던의 평화로운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과거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제임스의 죽음은 그 모든 노력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이제 그의 내면에서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는 맹수가 잠에서 깨어나, 잃어버린 사냥감을 찾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템스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자, 런던의 고층 빌딩 숲은 점차 희미해지고, 대신 낡고 거대한 산업 시설들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드러냈다. 도크랜드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습하고 짠 바닷바람 냄새로 가득했다. 철근과 시멘트, 그리고 바다의 비릿함이 뒤섞인 냄새. 거대한 크레인과 녹슨 선박들이 마치 거대한 괴물처럼 밤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이 지역은 한때 런던의 심장이었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산업 유산의 공동묘지나 다름없었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곳곳에 버려진 컨테이너 박스들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다. 텅 빈 창고 건물들은 마치 죽은 눈처럼 어둠 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서의 예민한 후각은 단순히 쇠와 바다 냄새가 아닌, 희미한 화학약품 냄새와 함께 미세한 진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마치 잠자는 맹수가 내쉬는 숨소리처럼, 조용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클로이가 보낸 디지털 지도가 그의 스마트워치에 깜빡였다. 지도는 특정 지역을 붉은색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올드 로열 빅토리아 도크’의 폐쇄된 조선소 구역. 지도에는 ‘높은 활동 감지, 비정상적인 전력 소비 패턴’이라는 경고 문구가 함께 떠 있었다. 아서는 근처의 낡은 창고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쌍안경으로 목표 지점을 관찰했다. 육중한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런던의 밤은 깊었지만,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그러나 아서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건물 주변을 순찰하는 그림자 같은 인물들, 그리고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감시 카메라의 붉은 불빛.
쌍안경의 렌즈를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그들은 단순한 경비원이 아니었다. 그들의 걸음걸이, 시선 처리, 그리고 무기를 휴대하는 방식은 훈련된 군인의 그것과 흡사했다. 특히, 한 인물의 어깨에 새겨진 희미한 문신은 아서의 심장을 다시 한번 얼어붙게 했다. 늑대 머리 형상. ‘울프팩’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임스의 죽음과 ‘프로젝트 나이트폴’의 특수 합금탄보다 더 거대하고 음흉한 것일 수 있었다. 그의 뇌리에는 과거 ‘팬텀-7’ 시절의 악몽 같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울프팩’은 언제나 한발 앞서 있었고, 그들의 잔혹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서는 숨을 고르며 주변 환경을 스캔했다. 강변을 따라 흐르는 템스 강은 어둠 속에서 검은 비단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는 과거 ‘하운드’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다.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핵심 정보를 빼내거나, 목표물을 제거했던 수많은 밤들. 그때의 그는 망설임 없는 사냥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때보다 더 잔혹하고 집요한 사냥개가 되어야 했다. 그의 동생 가족의 죽음은 그에게 한계를 넘어설 동기를 부여했다. 피 끓는 복수심이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모든 신경을 날카롭게 벼렸다.
“클로이, 건물 후면의 환풍구 시스템 도면을 찾아줘. 가능하다면 내부 구조도.”
아서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오직 차가운 명령만이 담겨 있었다.
“잠시만… 오래된 건물이라 도면 찾기가 쉽지 않네. 아, 찾았다! 후면에 대형 환풍구가 하나 있어. 오염 물질 배출용으로 사용되던 건데, 현재는 폐쇄된 것으로 보여. 내부 통로는… 꽤 협소하고 복잡하지만, 통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야. 하지만 중간에 환풍 팬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클로이의 정보는 아서의 머릿속에 즉각적인 침투 경로를 그렸다. 아서는 조선소 건물 뒤편의 낡은 환풍구를 발견했다. 녹슨 철제 덮개는 수십 년간의 세월을 견뎌온 듯 낡고 부식되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덮개를 열자, 안에서 습하고 차가운 금속 냄새와 함께 퀴퀴한 먼지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울프팩의 심장부로 향하는 또 다른 입구였다.
아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탐정 사무실에 걸려있던 ‘하운드’ 부대의 오래된 문양을 떠올렸다. 맹렬하게 짖는 사냥개의 모습. 이제 그 문양은 그의 가슴 속에서 불타오르는 복수의 상징이 되었다. 제임스… 어린 시절, 늘 자신을 따르던 동생의 해맑은 미소가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미소가 피로 물들어 사라지는 악몽 같은 장면. 아서는 이를 악물었다.
“걱정 마, 클로이. 어떤 팬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그는 환풍구 안으로 몸을 던졌다. 좁고 어두운 통로는 그의 어깨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아서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몸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듯 유연하게 움직였다. 금속과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들어왔다. 런던의 밤은 깊어지고,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의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환풍구의 좁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미끄러져 들어간 아서의 몸은 마치 액체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녹슨 철제 구조물 사이로 스며든 차가운 공기는 금속 특유의 비릿함과 함께 퀴퀴한 먼지 냄새, 그리고 지하 깊숙한 곳에서 풍겨오는 알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가 뒤섞여 그의 폐 속으로 밀려들었다. 발밑에서는 축축한 습기가 신발 바닥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불쾌한 감각이 전해졌다. 어둠은 그의 시야를 완전히 집어삼켰지만, 특수 제작된 전투복의 내장형 야간 투시경이 곧 희미한 녹색 빛으로 주변을 밝혀주었다.
그의 전투복은 단순한 방어구가 아니었다. 첨단 흡음 소재로 제작된 외피는 그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음조차 완벽하게 흡수하여, 그는 마치 유령처럼 어둠 속을 미끄러져 나아갔다. 낡은 환풍구 통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이고, 때로는 거의 기어갈 정도로 좁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서는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전진했다. 그의 손끝은 차가운 금속 벽을 스치고 지나갔고, 발끝은 삐걱거리는 구조물 위를 조심스럽게 디뎠다. 과거 '하운드' 부대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침투 훈련의 기억이 그의 근육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의 몸은 이처럼 비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살아남는 법을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서, 3시 방향에 열 감지 센서. 우회하거나 일시적으로 무력화해야 해. 그리고 50미터 전방에 두 명의 경비원이 순찰 중이야. 무장은 표준형 돌격소총과 보조 권총. 시야각은 120도, 30초 간격으로 교차 순찰 중이야.”
무선 이어피스를 통해 들려오는 클로이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런던 외곽의 은신처에서 키보드 위를 맹렬하게 유영하고 있을 터였다. 울프팩의 네트워크는 예상보다 훨씬 견고했지만, 클로이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농락하듯 그들의 방화벽을 찢고 내부 구조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아서의 길을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울프팩의 감시망을 교란시키고, 아서의 움직임을 숨기기 위해 모든 전자 장치를 해킹하고 있었다. 아서는 그녀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서의 야간 투시경에 희미한 붉은 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레이저 센서. 그리고 바닥에 깔린 압력 감지판의 미세한 윤곽도 그의 눈에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과거의 훈련을 통해 단련된 그의 감각은 이미 이 모든 함정들을 투명한 장애물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을 숙이고, 때로는 거의 눕다시피 낮은 자세로 센서 사이를 통과했다. 그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그의 호흡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르게 유지되었다.
열 감지 센서가 설치된 구역에 이르자, 아서는 잠시 멈춰 섰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낡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녹슨 냄새와 함께 차가운 금속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천장의 낡은 배관을 움켜쥐고 몸을 끌어올렸다. 그의 근육은 단단하게 수축했고, 전투복의 특수 섬유는 마찰음을 최소화하며 그의 움직임을 도왔다. 배관 위를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아서의 모습은 마치 어둠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뱀과 같았다.
아래에서는 두 명의 경비원이 무심하게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젠장, 여기만 오면 뼈마디가 쑤시는군. 이놈의 지하 통로는 왜 이렇게 길어?”
“불평하지 마. 위에서는 런던을 통째로 씹어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들의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아서는 그들의 머리 위를 소리 없이 지나쳤다. 경비원들은 위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정해진 순찰 경로만을 훑고 있었다. 아서는 그들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미 다음 장애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정교하고 효율적이었으며, 단 한순간의 낭비도 없었다.
마침내 통로의 끝에 다다랐다. 그의 눈앞에는 육중한 철제 문이 버티고 있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규칙적인 기계음과 함께 낮게 울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곳이 단순한 창고가 아님을 직감한 아서는 문에 귀를 바싹 대고 내부의 소리를 분석했다. 기계음은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웅장했고, 사람들의 대화는 특정 단어들이 반복되는 듯했지만,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미세한 소리도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문을 열었다. 묵직한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없이 안쪽으로 열렸다.
내부는 거대한 지하 격납고였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방에는 복잡하게 얽힌 기계 장치들과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곳은 '프로젝트 나이트폴'의 특수 합금탄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그것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거대한 물류 허브였다. 공기 중에는 쇠 냄새, 기름 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천장에서는 거대한 환풍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소리마저도 이 거대한 공간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묻히는 듯했다.
컨테이너들에는 '나이트폴'이라는 글자와 함께 알 수 없는 코드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서는 한 컨테이너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의 손가락은 능숙하게 잠금장치를 더듬었고, 이내 '딸깍' 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문을 열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십만 발에 달하는 특수 합금탄 상자들이었다. 검은색 탄피가 번뜩이는 탄환들은 마치 죽음의 씨앗처럼 컨테이너 가득 쌓여 있었다. 이 탄환들이 런던으로 흘러들어 간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재앙이 벌어질 터였다. 제임스의 죽음이 단지 시작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아서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갔다.
격납고 한쪽에는 두꺼운 유리벽으로 분리된 통제실이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울프팩 요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주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어떤 확신 같은 것이 엿보였다. 아서는 전투복의 줌 기능을 활용하여 그들의 모니터 화면을 확대해 보았다. 화면에는 런던의 주요 랜드마크와 정부 기관,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의 탐정 사무실과 클로이의 아파트 위치까지 표시된 지도가 떠 있었다. 지도 위에는 특수 합금탄의 예상 침투 경로와 타격 지점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울프팩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런던 전체를 마비시키려는 거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 목표는… 아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이트홀'이라는 단어와 함께 런던 중심부의 주요 정부 건물들을 표시한 섬뜩한 지도였다. 화이트홀은 영국 정부의 심장이었다. 그곳이 무너진다면, 런던은 혼란과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것이었다. 울프팩은 도시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클로이, 지금 당장 이곳의 모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해. 그들은 런던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하고 있어. 내 사무실은 물론, 네 아파트까지 타겟으로 삼았어!"
아서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 차가운 불길이 치솟는 듯했다. 제임스의 죽음은 미끼였고, 그 미끼는 런던 전체를 삼키려는 거대한 음모의 일부였다. 그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클로이의 목소리에도 긴장이 역력했다. "알았어, 아서. 통제실 메인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내가 외부에서 해킹을 시도하고 있지만, 방화벽이 너무 강력해. 물리적인 접근이 필요해. 서둘러야 해, 그들의 계획이 너무 구체적이야."
아서는 통제실로 향하는 가장 은밀한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유리벽 너머의 울프팩 요원들에게 고정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존재를 건드렸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고작 탐정 사무실이나 클로이의 아파트 따위를 목표로 삼아 아서를 끌어냈다고 생각할지 몰랐다. 하지만 아서는 그들에게 그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나이프에 가 있었다. 이제는 은밀한 침투가 아닌, 전면적인 공격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의 눈빛은 맹렬한 사냥개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아서는 격납고 천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거대한 환풍기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그 위로, 좁고 어두운 유지보수 통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 나오는 그곳이 유일한 은밀한 침투 경로임을 직감했다. 그는 능숙하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 매달린 통로 입구로 몸을 밀어 넣었다. 좁은 통로는 그의 어깨를 짓눌렀고, 차가운 금속 표면이 맨살에 닿는 감각이 소름 끼쳤다. 그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오직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수십 미터를 기어갔을까, 통로 끝에 다다랐을 때, 아래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통로의 환풍구 덮개 틈새로 내려다보니, 유리벽 너머로 통제실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은 예리하게 움직였다. 런던의 밤을 밝히는 도시의 불빛처럼, 수많은 모니터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울프팩 요원들은 모두 전투복을 입은 채, 긴박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가락은 런던 전역에 걸쳐 설치된 감시망을 조작하고 있었고, 메인 화면에는 '프로젝트 나이트폴'의 최종 작전 개시 시간이 초 단위로 카운트다운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탐정 사무실과 클로이의 아파트가 여전히 타겟으로 표시된 지도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유인하기 위해 그의 가장 소중한 것을 이용했다.
"클로이, 지금 당장 들어갈게. 준비됐어?" 아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숨어 있었다.
이어피스 너머로 클로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서! 망설이지 마! 그들이 최종 명령을 내리려 하고 있어! 시간이 없어!"
아서는 망설임 없이 환풍구 덮개를 움켜쥐었다. 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그는 덮개를 뜯어내고, 그 틈으로 몸을 날렸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고, 몇 미터 아래 통제실 바닥으로 착지했다. 그의 착지음은 요원들의 경악 어린 비명과 뒤섞이며 통제실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금속과 유리 파편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요원들의 비명이 날카롭게 공간을 갈랐다.
"하운드!" 한 요원이 아서를 알아보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서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가장 가까이 있던 요원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섬뜩한 '뚝' 소리와 함께 그를 제압했다. 요원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순간, 아서는 그의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잘 훈련된 맹수 같았다.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 두 명의 요원이 가슴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무력화된 것이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평범한 탐정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직 냉혹한 사냥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핏빛으로 물든 그의 과거가 다시 그를 지배하는 듯했다.
아서는 메인 서버로 돌진했다. 번개 같은 움직임이었다. 서버 랙에 빼곡히 박힌 케이블들 사이에서 그는 특수 USB 포트를 찾아냈다. 클로이의 지시에 따라 준비된 특수 USB를 망설임 없이 포트에 꽂았다.
"데이터 다운로드 시작해, 클로이! 시간 없어!" 아서의 목소리가 이어피스를 통해 클로이에게 전달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 담겨 있었다.
"알았어, 아서! 방화벽을 뚫고 있어! 예상 시간 90초!" 클로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면에 초록색 진행 바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 20%...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때, 통제실 문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거구의 울프팩 요원 두 명이 들이닥쳤다. 문짝이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뿌려지고, 그들의 육중한 그림자가 통제실 안을 뒤덮었다. 그들은 일반 요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체격과 살벌한 기운을 풍겼다. 떡 벌어진 어깨, 근육질의 팔뚝, 그리고 헬멧 아래로 번뜩이는 맹수 같은 눈빛. 그들의 전투복에는 늑대 이빨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일반 요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치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 같은 존재들이었다. 아서는 서버 옆에 몸을 숨기며 동시에 빼앗은 권총을 발사했지만, 그들은 놀라운 민첩성으로 총알을 피하며 아서에게 돌진했다. 날아오는 총알을 마치 파리 떼처럼 피하는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한 명은 거대한 전투용 나이프를 휘둘렀고,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다른 한 명은 맨손으로 아서의 머리를 노렸다. 그의 주먹에는 강철 같은 힘이 실려 있었다. 아서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나이프를 든 요원의 팔을 잡고 비틀었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통제실을 채웠다. 요원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나이프를 놓쳤지만, 다른 요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서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극심한 고통이 허벅지를 강타했지만, 아서는 고통을 무시하고 반격했다. 그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서! 데이터 50% 진행! 그런데… 이상한 암호화된 파일이 감지돼! 이건… '팬텀-7'의 통신 프로토콜과 일치해!" 클로이의 목소리에 당황과 경악이 섞여 있었다.
아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팬텀-7'. 그의 옛 특수부대. 해체된 줄 알았던, 그의 모든 것을 바쳤던 부대. 울프팩이 어떻게 팬텀-7의 프로토콜을 알고 있지? 그의 머릿속에 혼란이 휘몰아쳤지만, 현실은 그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나이프를 놓친 요원이 고통을 참으며 다시 아서에게 달려들었고, 아서는 그의 목을 잡고 서버 랙에 강하게 내리꽂았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서버 랙의 일부가 부서졌다. 다른 요원은 아서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벽에 밀어붙였다. 강철 같은 팔뚝이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아서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두 명의 거한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아서는 이를 악물었다. 몸에서 솟아나는 아드레날린이 고통을 잠시 잊게 했지만, 그의 근육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서! 90%… 젠장, 새로운 방화벽이 감지됐어! 울프팩 최상위 보안 시스템이야! 이건…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해!" 클로이의 외침은 아서에게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했다. 울프팩이 단순한 테러 조직이 아니라, 정부 내부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였다. 런던의 심장부에 뿌리내린 거대한 그림자. 그들의 정체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음침했다.
그 순간, 메인 서버 화면에 섬뜩한 메시지가 떴다. 붉은 글씨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네가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런던은 불탈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불길 속에서 재가 될 거야, 하운드.'
메시지 아래에는 런던의 주요 건물들이 불타는 이미지가 섬뜩하게 움직였다. 빅벤, 타워 브리지, 그리고 화이트홀.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지옥의 예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사라지는 순간, 화면에는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아서가 잘 알고 있는, 한때 그의 멘토이자 존경했던 상관의 얼굴이었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모리슨. 아서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던,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인물. 믿을 수 없는 배신감과 함께, 아서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클로이! 데이터 다운로드 완료!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해!" 아서는 마지막 요원의 목에 팔을 감아 내동댕이치고, 통제실의 비상 탈출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솟구쳐 나왔다. 나이프에 깊게 베인 상처였다. 하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클로이가 보낸 충격적인 정보, 그리고 메인 서버에서 확인한 얼굴은 아서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울프팩은 단순한 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런던의 심장부에 뿌리내린 거대한 그림자였고, 아서는 그 그림자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그리고 동생의 복수를 위해, 이제 런던 전체를 상대로 한 전쟁의 서막을 열어야만 했다. 그의 눈빛은 차가운 결의로 불타올랐다.
아서는 비상 탈출구를 통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뒤에서는 거대한 폭발음이 '콰앙!' 하고 울려 퍼졌다. 통제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런던의 밤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사냥개가 아니라, 런던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했다. 그의 손에 들린 USB에는 런던의 운명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