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끈적한 어둠 속에서 강도윤은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았다. 뇌를 짓누르는 듯한 둔통과 함께,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고통이 그를 덮쳤다. 눈을 뜨려 했으나, 그곳은 빛 한 점 없는 절대적인 암흑이었다. 마치 깊은 심해에 가라앉은 듯, 모든 감각이 흐릿하고 무거웠다.
폐부로 파고드는 공기는 차갑고 이질적이었다. 네오 서울의 산뜻한 인공 공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생명의 기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냉기가 그의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듯했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검은 벽, 스승의 잔영, 그리고 균열 속으로 뛰어들던 순간.
“스승님…!”
갈라진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그의 의식을 붙잡는 닻이 되었다. 몸은 돌덩이처럼 무겁고, 사지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면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스승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이,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끈이었다.
강도윤은 자신이 더 이상 네오 서울에 있지 않음을 직감했다. 이 끈적하고 차가운 어둠, 폐부를 찌르는 듯한 이질적인 공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는 절대적인 고독감은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곳은 타르타로스의 심연, 그 잔혹한 심판의 장이리라.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은 견딜 수 있었다. 무력감과 죄책감은 그를 짓눌렀지만, 이제는 아니다. 박진호 이사장이 아직 살아있다면, 그는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려 애썼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차갑고 끈적한 어둠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손가락 끝조차 움직이는 것이 버거웠다. 이대로 가라앉을 수는 없었다. 스승을 찾아야 한다. 이 심연의 끝에서, 반드시.
강도윤은 이를 악물고 흐릿한 의식 속에서 온 신경을 집중했다. 눈을 감았지만, 어차피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시각은 무의미했다. 그는 오직 감각에 의존해 주변을 더듬었다. 차갑고 끈적한 공기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더 깊이, 더 멀리 감각의 촉수를 뻗었다.
그때였다. 찰나의 순간, 저 멀리서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익숙한 마력의 잔재가 느껴졌다. 박진호 이사장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력은 예전의 온화함이나 강인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심하게 왜곡되고 뒤틀린, 고통과 절망으로 물든 비명 같은 기운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악몽이 그의 의식을 긁어대는 듯했다.
“스승님…!”
그 마력의 잔재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했다. 동시에, 그림자의 기운이 다시금 그의 의식을 잠식하려 들었다. 과거의 악몽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의 얼굴,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되살아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아니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스승을 향한 책임감이, 과거의 죄책감보다 더욱 강하게 그의 심장을 붙들었다. 박진호 이사장이 자신을 믿어주었던 그 눈빛, 자신에게 가르쳐주었던 모든 것이 뇌리를 스쳤다. 이 절망 속에서 길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나는 멈추지 않아.”
갈라진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흐느꼈다. 그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간신히 한 발짝을 내디뎠다. 스승의 왜곡된 마력이 느껴지는 그 방향으로. 발걸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따랐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든, 스승이 있는 곳이라면.
한 걸음, 한 걸음.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발걸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따랐지만, 강도윤은 멈추지 않았다. 스승의 왜곡된 마력이 느껴지는 그 방향으로, 그는 기어이 나아갔다. 끈적하고 차가운 어둠은 점차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거대한 공간감이 그를 감쌌다. 폐부를 찌르던 이질적인 공기는 더욱 짙어져,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마침내, 끝없는 어둠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숨통을 멎게 하는 광경이었다. 거대한 제단이었다. 네오 서울의 빌딩 수십 채를 이어 붙인 듯한 압도적인 크기의 제단은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표면에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양들이 섬뜩하게 새겨져 있었다. 제단 상단에서부터 흐르는 검붉은 액체는 마치 피눈물처럼 흘러내려 바닥의 거대한 웅덩이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한가운데, 박진호 이사장이 고통스럽게 속박되어 있었다. 그의 몸은 온몸을 휘감은 검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그 쇠사슬 위로는 제단에 새겨진 것과 동일한 문양들이 붉은 빛을 내며 꿈틀거렸다. 문양들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가 쉬지 않고 피어올랐고, 그것은 박진호의 입과 코를 통해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이사장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강도윤을 향해 애처롭게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박진호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제단 전체가 불길하게 울렁거렸고, 검붉은 액체가 담긴 웅덩이에서는 거품이 피어올랐다. 강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스승의 고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자, 그의 심장은 다시금 무력감과 분노로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때였다. 웅장한 제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 거대한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그림자였다. 심연 그 자체가 응축된 듯한 그 존재는 제단보다도 더 거대했고,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어둠은 강도윤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그림자는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강도윤을 향해 거대한 손을 뻗어왔다. 그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강도윤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