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윤은 심장을 꿰뚫는 듯한 냉기에 몸을 움츠렸다. 그의 눈은 거대한 제단 위에서 고통스럽게 속박된 박진호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그림자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번갈아 응시했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그의 전신은 이미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스승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순간, 그 고통은 분노와 무력감으로 바뀌어 심장을 더욱 격렬하게 짓눌렀다.
“박 이사장님…!”
그가 신음처럼 내뱉는 순간, 그림자의 냉기가 그의 의식 깊숙이 파고들었다. 잊고 싶었던 과거의 잔상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지키지 못했던 약자들의 비명, 손쓸 수 없이 무너져 내리던 정의의 이름들이 차가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림자는 속삭였다. 절망의 늪으로 그를 끌어들이려는 듯, 무력감과 죄책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강도윤의 정신을 잠식하려 들었다.
하지만 강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포기하지 않아.’ 박진호 이사장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신뢰와 가르침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스승을 위해 버텨야 했다. 몸속을 휘젓는 고통과 정신을 파고드는 그림자의 속삭임에도 불구하고, 강도윤은 스승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
그때, 고통으로 일그러진 박진호의 얼굴에서 희미한 빛이 스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강도윤을 향해 있었고, 그 속에는 체념보다는 무언의 경고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강도윤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스승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강도윤은 온몸의 마력을 쥐어짜냈다.
강도윤은 온몸의 마력을 쥐어짜냈다. 그의 의지는 스승에게 닿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그러나 발을 떼려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심연의 냉기를 토해내듯 더욱 강력한 정신적 압박을 가해왔다. 뇌를 짓누르는 고통이 배가되고, 잊었던 과거의 환영들이 더욱 선명하게 그의 시야를 가렸다. 너는 끝내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그림자는 비웃듯 속삭였다.
동시에 제단은 섬뜩하게 울렁이며 박진호의 마력을 더욱 맹렬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검은 쇠사슬이 살점을 파고들듯 더욱 조여들었고, 붉은 문양들이 끔찍한 빛을 내뿜으며 그의 몸을 뒤틀었다. 박진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눈빛은 고통으로 흐려지면서도 강도윤을 향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애처롭게 깜빡였다.
강도윤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림자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연 그 자체로 이루어진 듯한 거대한 손이 허공에서 움직이며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다. 마치 존재 자체가 강도윤의 길을 부정하는 듯했다.
“스승님!”
그의 절규가 제단에 부딪혀 산산이 흩어졌다. 박진호의 고통은 이제 극에 달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온몸으로 경련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력은 검붉은 액체와 뒤섞여 제단 웅덩이로 흘러들었다. 그 마력이 그림자를 더욱 거대하게 부풀리는 것을 본 강도윤은 소름 끼치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림자가 단순한 심판자가 아니었다. 타르타로스는 박진호의 마력을, 그의 존재 자체를 흡수하여 무언가를 키우고 있었다. 이 심판의 목적은 희생이 아닌, 강탈이었다. 네오 서울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의식이 바로 저 제단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박진호의 심장이 고통을 넘어 불길하게 제단 전체를 울렸다. 검붉은 액체 웅덩이는 살아있는 피처럼 맹렬히 끓어올라 거품을 토했고, 터지는 기포마다 제단 바닥의 붉은 문양들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림자는 이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심연의 입처럼 거대해졌다. 제단 전체를 뒤덮을 듯한 검은 형체가 강도윤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그것은 제단 위 모든 마력의 흐름을 통제하고 왜곡하며 그 정점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강도윤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뇌를 짓누르는 압박감과 전신을 찢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기어이 무릎을 세웠다. 스승의 마지막 희망을,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그 눈빛을 지켜야 했다. 그는 남은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강도윤의 전신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어둠에 맞서는 유일한 저항이자, 그의 의지의 불꽃이었다.
“스승님을… 포기하지 않아…!”
그의 외침은 제단 전체를 뒤흔드는 그림자의 냉기에 부딪혀 미약하게 울렸다. 그림자는 강도윤의 저항을 비웃듯, 제단 전체를 감싼 마력을 더욱 거세게 끌어모았다. 검붉은 액체 웅덩이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고, 그 마력이 그림자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의 품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으나, 마치 어둠과 고통이 뒤틀려 만들어진 듯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뼈대가 드러난 듯 앙상한 팔다리, 그리고 심연처럼 검은 얼굴에는 오직 붉게 빛나는 두 눈만이 강도윤을 향해 섬뜩한 시선을 고정했다. 그 존재는 그림자의 심장부에서 솟아나오듯 천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속도로 강도윤을 향해 팔을 뻗었다. 마력이 응축된 듯한 검은 손가락들이 허공을 가르며 다가왔다. 그것은 강도윤의 저항을 완전히 짓밟고, 그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절망적인 냉기가 강도윤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