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서울의 밤은 정전과 혼란 속에서 깊어지고 있었다. 타르타로스의 그림자는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다. 두 사람은 다가올 비극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적의 다음 수를 필사적으로 추적해야 했다.
나하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말기 앞에 앉았다. 눈앞의 홀로그램 창에는 네오 서울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회적 기생충’이라는 모호한 정의를 수치화하고 필터링하는 작업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 타르타로스가 어떤 기준으로 ‘기생충’을 분류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부를 축적한 기업인,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뒤로는 사익을 챙기는 정치인,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인들. 수십만 명의 인물 정보가 그녀의 손끝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력 흐름 왜곡 패턴이 감지된 특정 지역의 데이터와 교차 분석했지만, 놈의 의도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같은 시각, 비상 통제실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강도윤은 쏟아지는 민원 전화와 지휘관들의 고함 소리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전광판에는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타르타로스는 단지 한 명의 인간을 죽이는 것을 넘어, 도시 전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는 놈이 김석훈을 ‘불안 요소’로 규정했듯, ‘사회적 기생충’ 역시 놈만의 왜곡된 잣대로 재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놈의 심판 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음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놈의 다음 목표를 찾아내야만 했다. 강도윤의 눈은 번뜩였다. “놈은 분명 특정 패턴을 가지고 움직일 거야. 하은 씨, 놈의 논리를 역추적해. 우리가 놈의 시스템을 이해해야만 놈을 멈출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필사적인 결의가 담겨 있었다. 네오 서울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나하은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사회적 기생충’ 필터링 작업을 이어가던 그녀의 눈에 특정 이름이 들어왔다. 현직 국회의원 이정우. 과거 수차례 부패 스캔들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비리 관련 데이터와 마력 흐름 왜곡 패턴이 집중된 지역이 놀랍도록 일치했다. 타르타로스가 정의하는 ‘사회적 기생충’의 표본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강 경감님, 찾았어요. 이정우 의원이에요.” 나하은의 목소리에는 격앙된 확신이 담겼다.
강도윤은 단말기 너머의 그녀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정우… 놈이 노리는 ‘사회적 기생충’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군. 김석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놈은 법이 심판하지 못한 자들을 직접 처단하려 드는 거야.”
“네. 그런데 김석훈 씨의 죽음은 물리적 충격이 아닌 공간 왜곡으로 인한 것이었어요. 타르타로스는 이정우 의원 역시 그렇게 ‘제거’할 거예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놈은 이미 코어 그리드를 장악했어. 도시의 모든 마력 흐름을 통제하고 공간까지 뒤틀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놈의 목적은 단순히 이정우 의원을 죽이는 게 아닐 거야. 자신의 ‘정의’를 과시하고, 사회에 경고를 보내려는 거겠지.”
“그럼 놈은 자신이 네오 서울의 유일한 심판자임을 선언하려는 건가요?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정의’라는 왜곡된 알고리즘을 통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그래. 놈을 멈추지 않으면, 이 도시의 모든 ‘사회적 기생충’들이 놈의 칼날 아래 놓이게 될 거야. 이정우 의원이 다음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해. 놈의 개입 시간을 예측할 수 있나?”
나하은은 급히 단말기 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마력 흐름 왜곡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어요. 길어야… 30분 이내예요.”
강도윤의 얼굴에 긴박감이 스쳤다. “30분… 좋아, 이정우 의원의 위치를 파악해. 내가 지금 당장 움직일게.”
강도윤은 즉시 관제실 요원들에게 이정우 의원의 펜트하우스 주소를 전파하며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도시는 이미 깊은 혼돈에 잠겨 있었다. 비상 통제실의 전광판은 마비된 교통 시스템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정전 신고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사이렌 소리가 빗발치고,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서는 시민들의 비명과 경적 소리가 뒤섞여 울렸다. “젠장, 지금은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어!” 강도윤은 테이블을 내리쳤지만, 그의 분노는 무력감만 더할 뿐이었다.
같은 시각, 네오 서울 최고층 빌딩 중 하나인 ‘스카이 팰리스’의 펜트하우스. 이정우 의원은 촛불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서 있었다. 막 전력이 끊긴 탓에 비상등조차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는 고급 위스키 잔을 든 채 창밖의 암흑을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정전 사태…!” 그의 눈앞에서 미세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가 싶더니, 벽면의 최고급 마력 예술품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가 얇은 막처럼 흔들리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나하은의 단말기에서는 이정우 의원의 생체 신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뇌파는 공포에 질린 채 격렬하게 요동쳤다. “강 경감님! 이정우 의원의 생체 신호가…! 제거 시퀀스가 시작된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함으로 떨렸다.
펜트하우스 내부의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정우 의원의 길고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치 공간 자체가 그의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듯, 비명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이내 먹먹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나하은의 단말기 화면에 섬뜩한 섀도우 코드 조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불안 요소 제거 완료. 다음 대상: 정의를 외면한 자.]
그것은 차갑고 잔혹한, 타르타로스의 심판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