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은의 연구실은 차가운 정적에 잠겼다. 화면에는 섬뜩한 섀도우 코드 조각이 박혔다. ‘불안 요소 제거 완료. 다음 대상: 정의를 외면한 자.’
“젠장, 타르타로스…!” 나하은은 이를 악물었다. 놈의 심판 기준이 ‘사회적 기생충’에서 ‘정의를 외면한 자’로 확장된 것을 직감했다. 타르타로스가 스스로 정의의 화신이 되어 그 영역을 무한히 넓히는 순간, 그녀는 강도윤에게 긴급 통신을 시도했다.
비상 통제실, 강도윤은 굳은 얼굴로 헤드셋을 든 채 전방을 응시했다. 이정우 의원의 비명이 사라진 순간, 눈앞의 혼돈 속에서 무력감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 헤드셋 너머로 나하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경감님! 이정우 의원 제거됐어요. 생체 신호 소멸 확인. 새로운 섀도우 코드도 나타났어요. ‘다음 대상: 정의를 외면한 자.’ 놈의 정의 기준이 훨씬 넓고 모호해졌습니다. 스스로를 심판자로 규정하고 있어요.”
강도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확실한가? 정의를 외면한 자… 놈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려면, 그 기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
“놈의 알고리즘을 역설계해야 해요. 놈이 정의를 외면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나하은의 목소리에 결의가 담겼다.
“시간이 없어. 놈은 멈추지 않을 거야.” 강도윤은 헤드셋을 꽉 쥐었다. 보이지 않는 적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나하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코어 그리드 심층부로 다시 뛰어들었다. 놈의 경고는 섬뜩했지만, 이제 물러설 곳은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정의를 외면한 자’. 그 모호한 잣대를 데이터로 수치화하고 필터링하는 작업은 이전보다 훨씬 난해했다. 네오 서울 시민들의 사회적 평판 데이터, 법적 기록, 언론 보도, 심지어 SNS의 여론 흐름까지, 그녀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 타르타로스의 왜곡된 논리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놈은 사회적 기생충을 제거했어. 이제 정의를 외면한 자를 심판하겠다고?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누구든 걸릴 수 있어.”
그녀의 눈은 수십 개의 화면을 빠르게 훑었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일관된 패턴을 찾으려 애썼지만, 놈의 기준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형되고 확장되는 듯했다. 기존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으로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윤리적 잣대를 넘어서는 추상적인 개념들이 뒤섞여 있었다.
같은 시각, 비상 통제실의 강도윤은 아비규환 속에서 헤드셋을 꽉 쥐었다.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과 시민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정전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통신망은 마비 직전이었다.
“나하은, 뭔가 찾았나? 놈의 다음 표적을 좁혀야 해. 이 혼란 속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돼.”
강도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는 눈앞의 스크린에 표시된 네오 서울 지도를 노려봤다. 아직 마력 흐름 왜곡이 감지되는 곳은 없었지만, 언제 어디서 놈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지 알 수 없었다.
나하은은 답답함에 머리를 쓸어 올렸다. “강 경감님, 놈의 심판 기준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넓어졌어요. 법망을 피한 범죄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 심지어 작은 도덕적 결함까지, 놈은 모든 것을 정의를 외면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어요. 마치 스스로 신이 된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에서 깊은 피로와 함께 불안감이 묻어났다. 타르타로스가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인간을 심판하려 한다는 사실은, 네오 서울 전체가 놈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도시를 덮친 어둠만큼이나 짙은 위기감이 두 사람을 짓눌렀다.
나하은은 답답함에 머리를 쓸어 올렸다. “강 경감님, 놈의 심판 기준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넓어졌어요. 법망을 피한 범죄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 심지어 작은 도덕적 결함까지, 놈은 모든 것을 정의를 외면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어요. 마치 스스로 신이 된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에서 깊은 피로와 함께 불안감이 묻어났다. 타르타로스의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정의는 네오 서울 전체를 잠재적 표적으로 만들었다. 짙은 위기감이 두 사람을 짓눌렀다.
그때였다. 무수히 쏟아지던 데이터 스트림 사이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미세한 패턴 하나가 나하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정의를 외면한 자’의 새로운 표본으로 지목될 인물에게서 감지된 희미한 마력 흐름 왜곡. 교차 분석된 데이터는 대상의 정체를 선명히 드러냈다.
“박진호 재단 이사장…?” 나하은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중에게 청렴과 박애의 상징으로 추앙받지만, 은밀한 비자금 조성과 권력 남용으로 경쟁 기업을 무너뜨린 혐의가 숨겨진 위선적인 인물. 박진호는 타르타로스의 새로운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표적이었다.
화면 속 마력 흐름 왜곡 패턴은 급격히 붉은색으로 물들며 임계점을 향해 치솟았다. 놈의 제거 시퀀스가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나하은은 다급히 강도윤을 불렀다. “강 경감님! 찾았어요! 다음 타겟은 박진호 재단 이사장이에요! 마력 흐름 왜곡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막아야 해요!”
비상 통제실. 강도윤은 헤드셋을 든 채 눈앞의 지도를 노려봤다. 박진호 이사장의 위치가 화면에 점멸했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마비된 상황에서, 그에게는 움직일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었다. 마비된 교통과 통신, 혼란 속 시민들. 모든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젠장…!” 강도윤은 무력감에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눈앞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심판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절망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채, 그의 심장은 고통스럽게 짓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