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강도윤은 무력감에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눈앞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심판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절망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채, 그의 심장은 고통스럽게 짓눌렸다.
강도윤의 시선은 마비된 도시의 대형 스크린에 고정되었다. 도로 위 차량들은 시커먼 금속 덩어리로 멈춰 섰고,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울부짖었다. 모든 통제 시스템은 먹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진호를 구하러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 경감님! 마력 흐름 왜곡이 90%를 넘어섰어요! 붉은색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나하은의 목소리가 헤드셋 너머로 다급하게 쏟아졌다. 거친 숨소리와 미세한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이사장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강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기동할 병력도, 통제할 차량도, 통신 수단도 없었다.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먹잇감처럼, 네오 서울 전체가 타르타로스라는 이름의 포식자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오직 절망뿐이었다. 무력감과 분노, 다가오는 비극에 대한 예감이 뒤섞여 그의 심장을 찢는 듯했다.
“강 경감님, 제발…! 이러다 정말 박 이사장님이…!” 나하은의 절규가 강도윤의 귀를 때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에 가까운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스크린 속 박진호의 붉은 점은 살아있는 심장처럼 격렬하게 깜빡였다. 타르타로스의 심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섬뜩한 경고였다.
강도윤은 고개를 떨궜다. 예측 불가능한 타르타로스의 정의 앞에서, 도시를 지켜야 할 자신은 한없이 작고 무력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들은 단지 이 모든 비극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관객이었다.
강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절망이 그의 전신을 옥죄는 듯했지만, 나하은의 절규가 그의 의식을 강하게 흔들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박진호를 구해야 했다. 어떻게든.
“나 경장.” 강도윤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스며 있었다. “네오 서울의 모든 통제 시스템이 마비된 건 알아. 하지만 비공식적인 경로, 혹은 오래전에 버려졌지만 아직 작동할 만한 특수 장비 같은 건 없을까? 군이나 정보국에서 쓰던 것들 말이야.”
나하은은 잠시 침묵했다. 강도윤의 질문에 담긴 무모함과 절박함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 그런 건 아마… 일반적인 상황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텐데요.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고, 설령 찾아낸다 해도 작동 여부도 장담할 수 없어요. 게다가 지금은 도시 전체가 마비된 상황이라…”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말해.” 강도윤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의 눈빛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격렬했다. “박 이사장의 위치, 그리고 그 주변의 마력 흐름 데이터를 계속 분석해.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야 해. 비공식 경로든, 폐쇄된 지하 통로든, 뭐든 좋아. 그리고 내 생각에… 딱 하나 떠오르는 게 있어. 구시가지 지하에 방치된 옛 방공호 연결 통로. 그리고 거기 보관되어 있던 정보국 실험용 이동 장치.”
나하은의 눈이 커졌다. “그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 시험 가동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미완성 장비인데다가, 방공호 통로는 지금쯤이면 붕괴 위험이 있을 거예요!”
“다른 방법이 없어.” 강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박 이사장의 마력 흐름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어. 놈이 심판을 시작할 거야. 시간이 없어. 그 장비의 위치를 특정해.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 네가 원격으로라도 조작 매뉴얼을 찾아내.”
나하은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강도윤의 결의에 이끌린 듯 점차 힘이 실렸다. “알겠습니다, 강 경감님. 최대한 빨리 정보를 취합해서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정말 위험해요. 조심하셔야 해요.”
강도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지만, 그 안에는 이제 더 이상 절망이 아닌, 필사적인 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도시의 심장을 꿰뚫는 타르타로스의 거미줄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먹잇감이 되기로 결심했다.
강도윤은 폐허가 된 도시를 가로질러 질주했다. 낡은 순찰차의 사이렌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거리를 갈랐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비명과 울부짖음이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도로를 막았지만, 그는 틈새를 찾아 맹렬히 파고들었다. 모든 것이 박진호를 향한 그의 필사적인 의지를 시험하는 듯했다.
“경감님, 이사장님 주변의 마력 흐름이… 이제 통제 불능이에요! 공간이 뒤틀리고 있어요! 마치…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나하은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뚫고 들어왔다. 공포가 역력했다.
강도윤은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대시보드의 작은 스크린에는 박진호의 붉은 점이 섬광처럼 격렬하게 깜빡였다. 그 점 주변으로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불규칙하게 생성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타르타로스가 그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심판의 시간이 코앞이었다.
“나 경장, 구시가지 방공호 입구까지 얼마나 남았지?” 강도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1km… 아니, 800미터! 잠시만요, 경감님! 방공호 입구 쪽에서… 거대한 마력 반응이 감지돼요! 갑자기 왜…?! 안 돼요, 경감님! 길이… 길이 사라졌어요!”
강도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 존재했던 구시가지의 건물들이 순식간에 뒤틀리고 일그러지며 거대한 검은 벽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도시의 한 조각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심연을 박아 넣은 듯했다. 거대한 마력의 장막이 그의 앞을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젠장!” 강도윤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노면에 긴 자국을 남겼다. 차는 검은 벽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벽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압도적인 장애물이었다. 그는 간발의 차이로 발이 묶였다. 스크린 속 박진호의 붉은 점은 이제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타올랐다. 다음 심판의 순간이, 바로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