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균열을 가르고 지하 최심부로 곤두박질친 지맥의 찬 바람이 뺨을 사납게 때렸다. 바닥에 내려앉은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 제단 중앙에서 솟구치는 붉은빛이 지하 공동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하인츠는 이미 제단 우측 홈에 양각 열쇠판을 처박아 넣은 채 의식을 밀어붙이던 중이었다.
접근하려던 로간을 향해 하인츠가 휘두른 신성 마력의 충격파가 바닥을 쪼개며 로간의 어깨를 스쳤고, 밀려 넘어진 로간의 쇄골 위로 하인츠의 푸른빛 마력 단도가 서슬 퍼렇게 내려앉았다. 뒤편 바닥에는 처장실에서 모든 전의를 잃고 끌려온 말콤이 벽을 등진 채 넋 나간 얼굴로 웅크려 떨고 있었다.
하인츠의 턱 근육이 경련하듯 굳어졌다. 푸른 칼날을 쥔 손끝에 파리한 힘이 들어갔지만, 단도는 더 이상 로간의 눈꺼풀로 파고들지 못했다.
"헛소리다. 학부 낙제생 따위의 입놀림에 내가 흔들릴 것 같으냐? 총대주교 예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성물이다. 성도의 파멸을 지맥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고, 아카데미의 원전 좌표를 바티카의 성채 아래로 끌어올리는 엄연한 치환식이야!"
하인츠가 윽박지르듯 소리쳤지만, 목소리 끝자락은 미세하게 갈라지고 있었다. 시선은 이미 제단 우측 홈에 처박힌 양각 열쇠판의 밑동으로 쏠려 있었다. 붉게 물든 신성 문장들이 마치 살아 있는 핏줄처럼 맥동하며 바닥의 은박 회로를 타고 퍼져나가는 광경이었다.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