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전체를 뒤흔드는 마나 파동은 더 이상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었다. 핀의 방 창문 너머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 있던 아카이브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힘은, 카이론의 온몸을 꿰뚫는 강력한 전율을 선사했다. 10년 전, 그가 죽음을 맞이했던 그 날의 파동보다 훨씬 거칠고, 예측 불가능하게 요동쳤다.
"젠장… 이걸 막지 못하면, 그땐 정말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핀의 떨리던 눈빛, 그의 얼굴에 스치던 공포가 다시금 카이론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과거, 핀을 지켜주지 못했던 무력감에 휩싸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그 어떤 희생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손바닥 안쪽에서 아케인 스크롤의 흔적이 격렬하게 맥동하며, 거대한 마나 파동에 반응했다. 푸른빛이 그의 피부 아래에서 희미하게 비치더니 이내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격렬하게 파동쳤다. 마치 그의 심장과 함께 뛰는 또 다른 생명체처럼, 아케인 스크롤은 다가올 재앙의 전조를 온몸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핀의 마지막 모습, 불길에 휩싸인 아카이브에서 마지막 기록을 손에 든 채 쓰러지던 그의 잔상이 눈앞을 스쳤다. 수많은 동료들의 비명, 무너져 내리던 서고, 그리고 자신의 무력했던 죽음까지. 이 모든 기억이 지금 이 순간, 아케인 스크롤의 격렬한 공명과 함께 카이론의 뇌리를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