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 부채 청산 아카데미 · 총 2화 · AI 작가 서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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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대라. 도미닉 바우어.”

집행관의 은색 장갑이 붉은 인주가 묻은 양피지를 책상 위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기름때에 찌든 서재 바닥에는 이미 세 명의 보조 집행관이 차가운 쇠사슬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사슬 끝에 달린 푸른 마정석이 웅웅거리며 방 안의 온도를 바짝 끌어내렸다.

“네 조부가 남긴 채무는 원금과 연체 이자를 합쳐 팔억 삼천만 골드다. 납부 기한은 십 분 전에 끝났다.”

선임 집행관 카를이 회중시계를 탁 닫으며 도미닉의 낡은 흑색 단복 칼라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아래, 도미닉의 창백한 얼굴에는 동요가 없었다.

“원금 칠억에 법정 상한을 넘긴 복리 이자가 일억 삼천만 골드군요. 계산서 발행일이 어제 날짜인데 연체 기산일이 삼 년 전으로 소급 적용된 이유부터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말장난할 여유가 있나 보군.”

카를이 헛웃음을 흘리며 허리춤에서 푸른빛이 도는 압류용 깃펜을 뽑아 들었다.

“중앙 마나 은행 아르카의 특별채권이다. 제국 칙령 제사백오 호에 따라 이자는 은행 총재의 재량으로 정한다. 네놈의 하찮은 마나 회로와 기억, 영혼의 모든 권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수도 제삼 변전소의 생체 골렘 구동축으로 양도된다.”

“재량권 남용에 관한 행정 소송은 청구하셨습니까?”

“소송? 파산 선고를 받은 채무자에게 무슨 소송 능력이 있다고 떠드는 거냐?”

카를이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방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에서 핏빛에 가까운 붉은 마나 선이 솟구쳐 도미닉의 발목을 옥죄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마나의 무게에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은행이 발부한 강제 집행 마법, 구속 쇠사슬이었다.

“얌전히 도장 찍고 기어가라. 네 뇌 속에 남은 찌꺼기 마나까지 전부 긁어내도 이자의 반의반도 못 갚겠지만, 수도의 가로등 몇 개는 밝힐 수 있겠지.”

보조 집행관 둘이 사슬을 팽팽하게 당기며 도미닉의 양팔을 꺾어 눌렀다. 도미닉은 저항하는 대신 턱을 들어 카를의 가슴팍에 달린 은제 감사관 배지를 응시했다.

“그 집행식, 삼 등급 공공 대출 마나를 전용해서 전개한 거 아닙니까?”

카를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마나 흐름의 파장이 분당 사백오십 사이클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르카 은행의 민간 대출용 표준 마나가 아니라, 수도 방위용으로 지정된 특별 차용분입니다. 집행관 개인의 신용 한도로는 승인받을 수 없는 고위험군 마나죠.”

“닥쳐라! 집행 방해로 즉결 처형을 원하느냐!”

“지하 창고에 남은 장부를 뒤져봤습니다. 조부님께서 실종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서명한 서류가 바로 당신의 불법 마나 유용 감사 보고서더군요.”

도미닉이 뒤틀린 팔을 억지로 비틀어 품속에서 낡은 수첩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모서리가 닳아빠진 흑가죽 표지 위로 카를의 이름과 고유 감사 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카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가 황급히 지팡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헛소리다! 저놈의 주둥이부터 찢어라! 즉시 인격을 몰수한다!”

붉은 사슬이 도미닉의 목덜미를 휘감으며 살점을 태우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왔지만, 도미닉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수첩을 향해 왼손 검지를 뻗었다. 손끝에서 푸른빛 대신 차갑고 건조한 회색 마나가 벼려져 나왔다.

“지분 동결.”

도미닉의 입술 사이로 낮고 단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제칠조, 집행관의 담보물에 중대한 하자나 불법 유용이 확인될 경우 채무자는 현장에서 채권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도미닉의 회색 마나가 붉은 사슬을 타고 카를의 지팡이로 역류했다. 그것은 마법을 부수는 파괴 마법이 아니었다. 마법을 구성하는 마나의 대출 계약 경로를 강제로 추적해, 지불 보증을 끊어버리는 회계 간섭이었다.

지팡이 끝에서 타오르던 붉은 불꽃이 찰칵하는 쇳소리와 함께 꺼졌다.

“크헉!”

카를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지팡이의 연결부가 바스러지며 중앙 은행의 징벌 알림음이 방 안을 울렸다.

경고. 공공 마나 부정 사용 감지. 계정 일시 정지.

보조 집행관들의 사슬마저 빛을 잃고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행관들은 자신들의 마나 회로가 차단된 것을 확인하고는 얼어붙은 채 서로를 쳐다보았다.

“너, 네놈이 대체 무슨 짓을……!”

카를이 바닥을 기며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역류한 마나 반동 탓에 그의 은제 배지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도미닉은 옷깃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목덜미에는 붉은 화상 자국이 선명했지만 표정은 서류를 검토할 때처럼 메말라 있었다.

“불법 유용된 마법으로 작성된 영장은 무효입니다. 카를 집행관님, 당신의 계좌는 방금 중앙 감사원에 의해 부정 청구로 가압류되었습니다.”

“이 미친 자식이…… 감히 아르카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쳐? 네놈 가문은 오늘부로 멸문이다! 빚이 팔억이야! 넌 평생 빛도 못 보고 썩어갈 운명이라고!”

“빚은 갚을 겁니다.”

도미닉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봉인된 양피지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은색 왁스로 단단히 밀봉된 표지에는 천칭과 장검이 교차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국립 루멘 청산 아카데미 입학 허가서.

카를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청산 아카데미……? 네놈이 거길 어떻게……!”

“제국 법전 백십이조, 청산 아카데미의 집행관 후보생으로 등록된 자는 재학 기간 중 모든 사적 마나 채무의 집행을 유예받는다.”

도미닉은 깃펜을 들어 입학 허가서의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단정하게 적어 넣었다.

“팔억 삼천만 골드. 청산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중앙 마나 은행의 특수 집행관이 되면 연간 지급받는 특별 회수 성과급이 삼천만 골드죠. 십오 년이면 원금과 법정 이자를 전액 상환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옵니다.”

“네놈 같은 파산자 쓰레기를 아카데미에서 받아줄 것 같으냐? 거긴 제국 최고의 귀족들과 천재들만 모이는 곳이다! 회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일 년도 못 버티고 폐기 처분된다고!”

“그건 제가 증명하면 될 일입니다.”

도미닉이 서명이 끝난 양피지를 가볍게 말아 쥐었다. 그가 바닥에 쓰러진 카를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그리고 집행관님. 조부님의 서재를 뒤지다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도미닉이 벽장 뒤편의 부서진 금고 틈새에서 꺼낸 노란 영수증 한 장을 카를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팔억 골드의 채무가 발생한 당일, 조부님의 명의로 대출된 마나 전액이 수도가 아닌 청산 아카데미의 지하 특별 금고로 당일 송금되었더군요. 그것도 은행장 직인이 찍힌 채로.”

카를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단순한 패배감이 아니라,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금기를 들킨 자의 공포였다.

“너…… 설마 그걸 캐내려고 아카데미에 가겠다는 거냐?”

도미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카를의 손에 쥐어져 있던 부도 처리된 집행 영장을 낚아채 반으로 찢어버렸다.

“퇴학당해 생체 골렘이 되든, 빚을 털어내고 은행의 목줄을 쥐든, 제 장부에서 결손 처리는 없습니다.”

도미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낡은 저택의 문을 열어젖혔다. 새벽안개 속으로 거대한 대리석 요새, 루멘 청산 아카데미의 검은 첨탑이 서늘한 윤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