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도약이 남긴 비틀림이 선체 외벽을 짓이기며 멎었다.
시공간을 찢고 빠져나온 반동으로 부서진 장갑판들이 함교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관측창 너머에는 흩뿌려진 별빛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레미나 성계의 백색 왜성도, 섹터 00의 거대한 건조 도크도 사라진 완전한 공허였다. 은하의 가장자리마저 지나쳐 항성의 지문이 영구히 지워진 심연의 경계선. 그 절대적인 암흑 속에 집행자-0으로 탈바꿈한 거대 유기 선체가 홀로 부유했다.
바닥에 깔린 생체 섬유들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며 검붉은 점액을 뿜어냈다.
조종석에 박힌 엘리시아의 상체는 미동조차 없었다. 양팔을 덮은 암청색 결정 장갑은 제어반 내부 금속 기판과 빈틈없이 맞물려 하나의 부품처럼 굳어 있었다. 금이 간 푸른 결정 안구만이 메마른 광학 렌즈처럼 정면을 향했다. 드러난 목덜미의 혈관망은 배아의 맥동에 맞춰 검푸른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뇌파 신호는 생존 한계선인 분당 12사이클까지 곤두박질친 채, 인공 합성 뇌 조직들의 잔류 신호와 뒤엉켜 기괴한 진동을 냈다.
"엘리시아……."
콘솔 한구석, 반파된 홀로그램 투사판 위로 카이의 형상이 일그러지며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