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다.
균열 내부로 미끄러져 들어간 집행자-0의 외벽 장갑판이 시공간 전단력에 짓눌려 종잇장처럼 우그러졌다. 차원 경계선이 찢어지며 뿜어내는 백색 왜곡 파동이 조종 사령 데크를 강타했다. 전방 관측창 너머의 암흑이 소용돌이치는 나선형의 빛무리로 변하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엘리시아는 비틀거리지 않고 선 채로 왼쪽 손바닥을 메인 추진 패널에 내리찍었다. 뜯겨 나간 오른팔의 신경 단면에서 검푸른 체액과 함께 튀어 오르는 청백색 전류가 콘솔 하부를 지졌다. 살갗을 뚫고 돋아난 결정 가시들이 고전압 스파크를 머금고 파르르 떨렸다.
"자세 제어 분사 노즐 전면 개방해. 좌현 3번 추진체가 물려 있어."
목소리는 성대를 긁으며 갈라져 나왔지만 단호했다.
"잠깐, 손대지 마! 네 신경 다발이 완전히 노출됐다고!"
카이의 형체가 붉은색 노이즈를 내뿜으며 비명을 질렀다. 단말기 파열구에서 뻗어 나온 그의 데이터 아바타는 이미 픽셀 단위로 쪼개져 윤곽조차 온전하지 않았다. 잔여 데이터 밀도는 8.4퍼센트. 당장 통신 회선 하나만 끊어져도 통째로 소멸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카이는 쪼개지는 손을 뻗어 엘리시아의 잘려 나간 팔 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류 전류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치직, 거리는 파열음과 함께 카이의 팔 부분이 허공으로 산화했다.
"잔소리 집어치우고 각도나 맞춰. 댐퍼가 안 먹히면 이 고철 덩어리째 사지가 찢겨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