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은 낡은 나무 책상에 엎드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끝을 맴도는 곰팡이 냄새와 먼지 섞인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창밖으로는 해 질 녘 서울의 빌딩 숲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저 많은 건물 중, 온기로 가득 찬 ‘집’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녀의 작은 인테리어 사무실, ‘소담 디자인’은 폐업 직전이었다. 한 달 뒤면 월세조차 내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은 참이었다.
“소연아, 괜찮아?”
문틈으로 유은찬 선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에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의 다정한 눈빛은 언제나 소연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곤 했다.
“선배. 제가 괜찮을 리가요.”
소연은 애써 웃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은찬은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 너의 디자인은 분명 빛을 볼 거야. 내가 아는 건축사무소에 혹시 프로젝트가 있나 알아볼게.”
“고마워요, 선배. 하지만 이제 정말 끝인 것 같아요.”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다. 유명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거대한 건축물 대신 사람의 온기가 담긴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 하나로 시작한 길이었다.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가정’이라는 정서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그녀의 디자인 철학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열정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