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햇살이 서울 마포구의 낡은 상가 2층, ‘소담 디자인’ 사무실 안으로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다. 먼지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은 활기찼지만, 사무실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쓸쓸했다. ‘소담’이라는 이름처럼 아늑하고 정감 있는 공간을 꿈꿨던 한소연의 바람과는 달리, 이곳은 폐업을 앞둔 작은 상점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그녀는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자의 스프링이 삐걱이는 소리는 그녀의 지친 마음을 더욱 저릿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빨간 글씨로 ‘최종 독촉장’이라고 적힌 고지서가 들려 있었다. 지난 몇 달간 밤샘 작업과 발품을 팔아 얻어낸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규모가 작거나, 계약 단계에서 무산되기 일쑤였다. 유명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거대한 건축물 대신 사람의 온기가 담긴 아늑한 공간, 즉 ‘집’을 ‘가정’으로 만드는 디자인을 꿈꿨던 그녀에게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독촉장의 차가운 종이 질감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