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숲속 카페의 주소가 적힌 작은 종이. 어제까지는 그저 그녀의 혼잣말에 불과했던 바람이, 이안의 손을 거쳐 현실이 되었다. 그는 완벽한 전문가였다.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하지만 동시에 지아는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간질거림을 느꼈다. 그건 단순한 분석이 아니었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한 섬세함.
"계약일 뿐이야."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다시 울리는 듯했다. 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계약. 이 모든 것은 계약이다. 그녀의 채널을 살리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심장이 요란하게 뛰는 걸까. 왜 그의 무심한 눈빛 속에서 자꾸만 다른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걸까.
다음 날, 숲속 카페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지아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옆자리에 앉은 이안은 늘 그랬듯 완벽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정면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차분하게 내려앉은 무표정. 그는 마치 잘 만들어진 마네킹 같았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을 것 같은.
카페는 지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숨겨진 듯한 작은 건물, 창밖으로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은은한 커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카메라가 세팅되고, 촬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