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의 파동을 읽는 자 · 총 4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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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세레나의 목소리는 렌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그는 이제 막 자신의 감각이 특별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다시 거대한 고통과 재앙의 전조로 변모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차가운 강철 송곳이 온몸의 혈관을 꿰뚫는 듯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치솟았다.

그의 손목에 채워진 보호 팔찌는 미약한 진동을 넘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팔찌를 감싸고 있던 금속이 뜨겁게 달아올라 마치 그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손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렌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입술은 피가 배어날 정도로 굳게 다물렸다. 핏줄이 선 손목의 보호 팔찌는 이제 뜨거운 불덩이가 된 듯 피부를 지졌다. 마나의 비명은 마치 날카로운 송곳이 귓속을 긁어대는 것 같았고, 동시에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꿰뚫었다. 렌은 간신히 무릎을 세워 주저앉는 것을 막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온몸의 감각이 마나의 폭풍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다. 이 고통은 단순한 마나 과민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카데미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맹렬하게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병든 파동의 절규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실습실 마나 스톰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더 거대한 재앙의 서막이라는 것을.

에이든 교수는 렌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예상했다는 듯한 씁쓸함과 함께 깊은 우려가 스쳤다.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이 그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그의 시선은 렌의 고통스러운 얼굴과 맹렬히 진동하는 보호 팔찌를 오갔다.

"렌 군, 자네의 감각이 옳다면… 내 가설이 현실이 되고 있는 걸세." 에이든 교수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지만, 그 안에는 강한 확신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묻어났다. "아카데미의 지하 마나 시스템이… 마침내 한계를 넘어선 것이야."

그는 낡은 코트 주머니에서 정체불명의 마나 측정 장치를 꺼내 들었다. 장치의 바늘은 마치 격렬한 폭풍 속 나뭇잎처럼 미친 듯이 요동쳤고, 붉은 경고등이 섬광처럼 깜빡이기 시작했다. 측정 장치가 내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연구실의 공기를 갈랐다.

세레나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어렴풋이 짐작한 듯, 푸른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녀의 명랑했던 표정은 경직되었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혼란에 빠졌다.

"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카데미의 마나 시스템은… 완벽하다고 배웠는데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신과 함께 미약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수석으로 입학하며 쌓아 올린 견고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렌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세레나를 향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고통과 분노, 그리고 필사적인 절박함으로 일렁였다. 땀으로 젖은 은빛 머리카락이 그의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완벽하다고? 이 고통이… 완벽하다는 증거인가?"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강렬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이건… 병이야. 아카데미 지하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어."

렌의 시야는 마나의 격통으로 인해 일렁였다. 마치 깨진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 모든 것이 왜곡되고 흔들렸다. 그는 연구실 벽을 짚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그의 손끝이 차가운 벽에 닿자 미약한 마나의 파동이 손을 타고 올라왔고, 그것마저 고통스러웠다. 보호 팔찌는 이제 뜨거울 정도로 달아올랐고, 그 안에서 미약한 방어막 같은 것이 렌의 피부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격렬한 파도 속에서 작은 뗏목 하나에 의지하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감각이었다. 팔찌가 고통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렌이 의식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 생존을 향한 강렬한 의지가 타올랐다.

에이든 교수는 렌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손길에는 다급함과 함께 렌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렌 군, 자네의 감각을 믿게. 그리고 이 팔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걸세. 잠시나마 자네를 보호해 줄 테니… 우리가 서둘러야 해. 이 파동의 근원을 찾아야만 해." 에이든 교수는 그의 비전통적인 시각으로 렌의 능력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렌의 고통을 단순한 과민증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이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임을 직감했다.

세레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에이든 교수의 진지한 표정과 렌의 극심한 고통 앞에서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한없이 흔들렸지만, 현실의 위기 앞에서 그녀의 엘리트 의식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카데미가 완벽하다는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죠? 아카데미 지하라고 해도… 너무 넓어요." 세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불안해져 있었다.

렌은 고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마나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의 감각은 마치 거대한 실타래 속에서 맹렬하게 요동치는 하나의 실을 쫓는 것과 같았다. 병든 마나의 파동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지하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고통에 집중하여 그 파동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내려 애썼다. 그의 심장 박동은 마나의 파동과 공명하며 더욱 격렬하게 울렸다.

"이쪽이야…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낡은 통로를 따라가야 해." 렌은 에이든 교수의 연구실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비틀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고통이 그를 덮쳐왔지만, 동시에 아카데미 전체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아카데미의 낡은 통로로 향하는 그의 등 뒤로, 세레나와 에이든 교수가 그를 뒤따랐다. 통로의 마나 램프들은 불안하게 깜빡였다. 마치 아카데미의 숨결이 가빠지는 것처럼, 불규칙적인 빛을 내뿜었다. 벽을 따라 흐르는 마나 파이프에서는 불길한 진동이 느껴졌다. 낡은 금속 파이프를 타고 흘러가는 마나의 흐름이 고통스럽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렌의 귓가를 맴돌았다.

렌의 보호 팔찌는 더욱 격렬하게 울부짖는 듯했다. 그의 온몸은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작은 배처럼 흔들렸다. 그는 자신의 고통이 곧 아카데미의 고통임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이 고통 속에서 그는 홀로 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고독감과 동시에, 무언가 거대한 것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였다. 그의 내면은 두려움과 결의 사이에서 격렬하게 요동쳤다. 병든 마나의 비명은 이제 아카데미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듯 더욱 커지고 있었다.

낡은 통로로 한 발짝 들어서자마자, 렌은 더욱 강렬해진 마나의 비명에 온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뼈마디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통로를 따라 이어진 마나 파이프들은 맹렬하게 진동하며 귀청을 찢는 듯한 금속음을 냈고, 벽면에 박힌 마나 램프들은 마치 수명이 다한 것처럼 희미하게 깜빡이거나 아예 꺼져버렸다. 불규칙하게 명멸하는 빛은 그림자를 더욱 길고 기괴하게 만들었고, 어둠이 드리워진 통로는 렌의 고통을 더욱 증폭시키는 듯했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는 마나의 비린내와 함께 렌의 폐부를 찔렀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렌의 손목에 채워진 보호 팔찌는 이제 손목을 넘어 팔뚝까지 뜨거운 기운을 뿜어냈다. 그 열기는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차가운 마나의 파동으로부터 렌의 피부에 얇은 마나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팔찌가 없었다면 그는 이미 의식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고통 속에서도 렌은 자신의 감각에 집중했다. 마나의 흐름은 마치 거대한 지하 강물이 역류하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무질서했다. 그 흐름은 그의 심장을 짓누르는 듯 격렬했다.

"젠장… 이런 속도로 확장될 줄이야." 에이든 교수는 마나 측정 장치를 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번민과 함께, 예상치 못한 빠른 전개에 대한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측정 장치의 바늘은 이미 붉은 경고선을 넘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렌의 힘겨운 걸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데미의 마나 시스템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네. 표면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된 '병든 마나 도관'들이 존재하고 있었지." 에이든 교수의 목소리에는 자책감과 함께 렌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네. 자네처럼 마나의 파동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자가 없었으니까." 그는 렌의 보호 팔찌를 흘긋 보았다. 팔찌는 렌의 몸을 지탱하며, 그의 감각을 아주 미세하게 정화하는 동시에, 외부의 격렬한 마나 압력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저 과민증을 완화하는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렌의 생명줄과도 같았다.

세레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가 ‘완벽하다’고 굳게 믿었던 아카데미의 시스템이 사실은 병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병을 오직 ‘열등생’이라 여겼던 렌만이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세계관을 뿌리째 흔들었다. 그녀의 마나 이론은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이 허물어지는 듯했다.

"병든 마나 도관이라니요… 그럼 아카데미 전체가 위험하다는 말씀이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렌을 향한 경멸이나 깔보는 태도 대신, 순수한 공포와 경악이 섞여 있었다. 명랑하고 활발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창백한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렌은 고통 속에서도 세레나의 변화를 감지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더 이상 그를 재능 낭비로 치부하는 시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혼란과 함께,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을 때, 렌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제 자신을 동등한 위기 속의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렌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낡은 통로를 더 깊이 나아갔다. 그의 고통은 끊임없이 그를 덮쳐왔지만, 그는 이 고통 속에서 ‘틈’을 찾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는 죽음 같은 마나의 비명과 함께, 이 모든 것을 막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충돌하고 있었다.

"이 고통은… 단순히 마나 과부하가 아니야. 마나가… 스스로를 잠식하고 있어.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병들어 죽어가는 것처럼…" 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통로의 한쪽 벽에서 ‘콰직!’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벽의 오래된 돌덩이들이 힘없이 부서지며 먼지를 뿌렸다. 균열 사이로 불길한 붉은빛이 새어 나왔고, 그 붉은빛은 마치 살아있는 피처럼 꿈틀거렸다. 그 빛은 마나의 파동과 함께 더욱 격렬한 고통을 렌에게 안겨주었다.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열기는 그의 피부를 태우는 듯했다.

"이런! 벌써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군! 서둘러야 해, 렌 군!" 에이든 교수는 다급하게 외치며 렌의 뒤를 따랐다. 그의 심장도 렌만큼이나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렌은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비명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그 근원을 추적했다. 그의 보호 팔찌는 이제 거의 렌의 손목에 녹아드는 것처럼 뜨거웠지만, 동시에 그의 감각을 극한까지 예민하게 만들었다. 뜨거움 속에서 그의 마나 과민증은 더욱 심화되었지만, 팔찌는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해주며, 가장 미세한 파동까지도 놓치지 않도록 그의 감각을 증폭시켰다. 그는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균열 속에서, 실습실에서 감지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맹렬한 ‘병든 파동’의 핵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카데미의 심장부가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암울했다.

세레나는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나와 그로 인해 통로의 벽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그녀의 눈앞에서 아카데미가 문자 그대로 붕괴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렌의 말이 단순한 과민 반응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의 뛰어난 마나 조작 능력으로는 이 혼란스러운 마나를 제어할 수 없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무력한지 절감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렌! 너무 위험해요! 일단 후퇴해야 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함께 렌을 보호하려는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렌은 세레나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오직 마나의 맹렬한 흐름만이 가득했다. 그의 내면은 고통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지만, 동시에 이 거대한 재앙 앞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존재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평생을 피해왔던 자신의 특별함이, 이제는 이 아카데미를 구할 유일한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운명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평범함을 갈망할 수 없었다. 그의 길은 이미 이 병든 마나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렌이 진입하려던 통로의 천장에서 ‘콰드득!’ 하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암석이 무너져 내리며 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마나 파동이 폭발하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에이든 교수는 렌을 황급히 밀쳐냈고, 렌은 간신히 무너지는 잔해를 피할 수 있었다. 세레나는 뒤늦게 렌에게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무너진 잔해 너머로 렌과 에이든 교수의 모습이 희미해졌다. 마나의 붉은 섬광이 그들을 삼키는 듯했다.

세레나는 무너진 통로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그녀의 마나 능력으로는 이 거대한 잔해를 치울 수도, 저 혼란스러운 마나의 벽을 뚫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잔해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달으며 치를 떨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무너진 통로 너머에서 렌과 에이든 교수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렌에 대한 걱정과 함께, 거대한 위기 앞에서 홀로 남겨진 고독감으로 아려왔다. 마나의 비명은 그녀의 귓가에도 닿는 듯했다.

몇 걸음 나아갈 때마다 발밑의 흙먼지가 부스럭거렸고, 렌의 보호 팔찌는 찢어지는 듯한 마나의 파동에 맞서 맹렬하게 이글거렸다. 렌은 온몸의 신경이 불타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팔찌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온기가 그의 정신을 놓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통로의 낡은 철골 구조물이 삐걱거렸고, 천장에서는 간간이 작은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에이든 교수는 렌의 뒤를 바싹 따르며, 낡은 마나 측정 장치를 연신 확인했다. 장치의 바늘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였고, 경고음은 마치 비명처럼 공간을 채웠다. "렌 군, 조금만 더 버티게! 이 길 끝에… 아카데미의 가장 오래된 마나 도관실이 있을 걸세. 자네의 감각이 향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과 함께 렌에 대한 깊은 신뢰가 묻어 있었다.

지하 깊숙이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갑고 축축해졌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마나의 철 비린내가 렌의 코를 찔렀다. 렌의 시야는 마나의 고통으로 인해 끊임없이 일렁였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병든 파동’의 근원을 향해 나아갔다. 보호 팔찌는 이제 그의 손목에 녹아드는 것처럼 뜨거웠지만, 그 열기가 오히려 렌의 감각을 극한까지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고통이 그의 시야를 선명하게 닦아주는 듯했다.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좁고 구불구불했던 통로가 갑자기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다.

“여기가…!” 렌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이곳은 아카데미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중앙 마나 도관실이었다. 거대한 마나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었고, 그 중심에는 낡고 거대한 마나 증폭기가 불길하게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나 램프들은 모두 수명이 다했는지 완전히 꺼져 어둠이 짙게 깔렸고, 오직 증폭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붉은빛만이 기괴한 그림자들을 드리웠다. 이곳의 마나 파동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맹렬하게 날뛰고 있었다. 거대한 심장이 발작하는 것처럼, 증폭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은 주기적으로 섬광을 터뜨리며 공간을 잠식했다.

렌의 보호 팔찌는 이제 그의 손목에서 불꽃처럼 이글거렸고, 그 안의 마나 보호막은 극한의 압력을 버티는 듯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온몸은 마나의 비명으로 인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여기가… 문제의 핵심이군." 에이든 교수는 마나 측정 장치를 든 채 중앙 증폭기를 응시했다. 장치는 이미 한계를 넘어 경고음을 찢어지게 울리고 있었다. 그의 낡은 코트가 축축한 공기 속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이 증폭기는 아카데미 전체의 마나 흐름을 조절하는 심장부와 같네. 모든 마나의 에너지가 이곳을 거쳐 아카데미 곳곳으로 공급되지.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지하의 병든 마나 도관에서 유입된 오염된 마나가 이곳에 축적되어 있었어. 마치 혈액이 응고되는 것처럼, 증폭기 깊숙한 곳에서부터 병이 시작된 거야. 자네가 실습실에서 보았던 마나 스톰은 이곳에서 발생한 '병'의 작은 증상에 불과했어. 지금 이 파동은… 이 증폭기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걸 의미해." 에이든 교수의 목소리는 절박함으로 가득했다. 그의 다크서클은 더욱 짙어졌고, 초조함이 역력했다.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었다.

렌은 에이든 교수가 건네준 초미세 마나 감지기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감지기가 없어도 그의 감각은 이미 이 거대한 마나의 혼돈 속에서 맹렬하게 요동치는 ‘균열’을 선명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증폭기의 가장 깊숙한 곳, 마나의 흐름이 시작되는 근원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거대한 상처였다. 마치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썩어가는 것처럼, 병든 파동은 증폭기 전체를 잠식해가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균열이 아니에요." 렌은 고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감각을 집중했다. 그의 시야에는 마나의 파동들이 마치 거대한 혈관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 혈관 곳곳에 검고 썩어가는 ‘병든 파동’들이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증폭기의 기계적인 구조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마나의 병에 감염되어 꿈틀거리는 듯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이 증폭기를 잠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목소리는 경악으로 가득 찼다.

렌의 보호 팔찌는 그의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며, 마나의 미세한 흐름 속에서 가장 취약하고 결정적인 ‘틈’을 찾아내도록 이끌고 있었다. 팔찌는 렌의 마나 과민증을 억제하는 동시에, 그의 특별한 감각을 증폭시키는 이중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마나의 혼돈 속을 꿰뚫었다.

"잠식… 그렇다면 내 가설이 맞았군. 이 병든 마나는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마치 생명체처럼 스스로를 확장하고 있었어." 에이든 교수는 렌의 어깨를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그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렌 군, 자네의 감각으로 그 '틈'을 찾아내야 하네. 이 증폭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병든 파동만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세. 아카데미의 존망이 자네에게 달렸어!"

렌은 증폭기 안의 거대한 ‘병든 파동’을 응시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검은 심장처럼 쿵쾅거리고 있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작은 ‘균열’들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균열을 동시에 감지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모든 병의 근원이 되는 ‘단 하나의 틈’을 찾아야 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예민함 속에서, 그는 오직 그 틈만을 쫓았다.

렌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의 폐는 마나의 고통으로 타들어가는 듯했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실습실에서 마나 스톰을 막으려다 실패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무모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에이든 교수의 지지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목에 이글거리는 보호 팔찌가 있었다. "찾았어요… 가장 깊숙한 곳… 마나의 흐름이 가장 취약해지는 지점에… 아주 작지만, 모든 병의 근원이 되는 '틈'이 있어요." 렌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갈라졌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형형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 틈을 보는 순간, 렌은 절망에 빠졌다. 그 틈은 너무나도 작고, 너무나도 깊숙한 곳에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가장 약한 급소를, 가장 단단한 껍질 안에 숨겨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 틈을 건드리는 순간, 증폭기 전체가 폭주하여 아카데미는 물론 주변 도시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의 능력으로 그 틈을 ‘읽어낼’ 수는 있었지만, 과연 그 틈을 ‘다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의 심장이 터져버릴 듯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심장 박동 하나하나가 고통스러운 진동으로 전신을 울렸다.

그의 눈앞에는 아카데미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마나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렌은 이 모든 고통과 재앙의 무게를 홀로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몸서리쳤다. 그의 손목에 찬 보호 팔찌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는 듯 강렬하게 섬광을 터뜨렸다. 팔찌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붉은 마나와 뒤섞여 기묘한 무지갯빛을 냈다. 그 순간, 렌은 자신의 모든 것이 이 한 번의 시도에 달려 있음을 직감했다.

선택의 기로. 잘못된 한 번의 움직임이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절망적인 도박이었다. 렌은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바싹 말라붙었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울부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