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낡은 원룸의 삐걱이는 문을 열고 들어선 한아름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방 안은 종일 환기되지 않은 눅눅한 공기가 가득했고,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쌓여 있는 고지서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무 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은 그녀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현관에 던져두고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텅 빈 선반은 그녀의 지갑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야, 오늘 하루가 비로소 끝났음을 실감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그녀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오전에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동네 카페에서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네, 맛있게 드세요!” 쉴 새 없이 주문을 외치고, 커피 머신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때도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진상 손님의 황당한 컴플레인에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인내심과, 쟁반에 가득 담긴 컵들을 나르느라 후들거리는 팔의 통증이 숨어 있었다. 한 번은 컵을 나르다 발을 삐끗해 쟁반을 통째로 엎지를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녀는 재빨리 몸의 균형을 잡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