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은 차가운 금속 의자에 몸을 기댔다. 심장은 여전히 격렬하게 뛰었지만, 그의 표정은 다시 무감각한 가면을 썼다. 방금 본 것은 환영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정화했다고 믿었던 잔혹한 기억의 파편. 그것은 그의 완벽한 세계를 산산조각 냈다.
손끝으로 허공을 스치자, 개인 인터페이스가 다시 활성화됐다. 붉은 경고 메시지는 사라졌지만, 시스템의 감시망은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에테르넷은 모든 것을 보고 듣는다. 그의 의심마저도 데이터로 분석할 것이다.
침착해야 했다. 류진은 심호흡을 했다. 그의 뇌는 이미 다음 단계를 계산하고 있었다. 시스템의 방어막은 견고했다. 정공법으로는 뚫을 수 없었다. 우회해야 했다. 그는 ‘언더넷’이라는 금기시된 이름을 떠올렸다. 시스템의 통제가 닿지 않는 그림자 같은 공간.
그는 다시 클라이언트의 피드를 확인했다. 노부부는 여전히 평화로운 숲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은 완벽하게 조작된 것이었다. 류진의 시선이 변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균열이 보였다. 숲의 나뭇잎 하나, 물결의 잔잔한 움직임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시스템의 알고리즘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인공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온 이 완벽한 현실이 거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현실 조정사 류진, 다음 스케줄입니다." 그의 개인 비서 AI가 차분한 목소리로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