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해치 틈새로 들이친 밤바람이 백채은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지상 40미터 높이의 종루는 사방이 아치형 석조 창문으로 뚫려 있어 초겨울의 냉기가 소용돌이치듯 휘감아 돌았다. 발밑의 철제 캣워크는 얇은 격자판 구조여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채은은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머리 바로 위, 육중한 강철 빔에 매달린 5톤짜리 청동 종이 거대한 종형의 능선을 드러내며 공간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산화된 짙푸른 녹과 차가운 금속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덜컹거리며 아래쪽 기계실에서 쇠사슬이 감겨 올라가는 소리가 발판을 타고 전달되었다.
채은은 난간을 움켜쥐고 숨을 골랐다. 양쪽 귀를 틀어막은 실리콘 이어플러그와 차음 헤드폰 덕분에 바깥바람 소리는 먼 바다 밑바닥의 수류처럼 둔탁하게 꺾여 들렸다.
가슴팍에 매단 휴대용 송수신기에서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태이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나, 들려? 캣워크 발판 틈새로 손전등 비추고 있어. 발 조심해."
"잘 들려. 연결 상태 깨끗해."
채은은 턱 끝의 마이크를 입술 쪽으로 바짝 당기며 답했다. 이어폰 모니터링 라인을 통해 경원의 건조하고 낮은 음성이 겹쳐 들어왔다.
"종 하단부 테두리에서 정확히 1.5미터 거리다. 거기 서쪽 벽체로 이동해."
"알고 있어요. 이동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