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좁은 탑 안을 울렸다.
송태이가 케이블 뭉치와 보조 배터리를 쑤셔 넣은 더플백을 어깨에 메고 앞장섰다. 도경원은 점퍼 안주머니에 8채널 외장 하드디스크를 넣은 채, 손에는 관제망 단말기를 쥔 채로 계단을 밟았다. 백채은은 목에 건 헤드폰을 손으로 단단히 누르며 나선형 난간을 잡고 내려갔다. 110데시벨의 굉음이 남긴 진동이 여전히 관자놀이 안쪽에서 묵직한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시계탑 1층 육중한 참나무 문을 밀고 나오자 새벽 2시의 서늘한 공기가 땀에 젖은 목덜미를 식혔다. 도서관 뒤편 숲길은 짙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축축한 바닥에 둥글게 번졌다.
"도경원, 잠깐 멈춰 봐."
태이가 돌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숲길 한가운데서 태이의 시선이 경원의 손에 들린 단말기 화면에 박혔다. 단말기 상단에서 파란색 로딩 바가 깜빡이며 수십 장의 압축 파일이 풀려나오고 있었다.
"그거 단순한 시계탑 진단서가 아니잖아."
태이가 손을 뻗어 경원의 팔목을 낚아챘다.
경원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팔을 비틀어 태이의 손아귀를 털어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단말기가 비스듬히 기울었고, 화면에 뜬 문서의 결재선과 붉은색 대외비 직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화학원 재단 감사위원회 기밀 보고서: 중앙도서관 서관 부지 상업화 개발 계획안]
[부제: 백진우 교수의 음향 간섭 제어 특허 무효화 및 시공 결함 처리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