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앙!
바람의 결계가 터져 나가는 충격에 카엘은 뒤로 반 걸음 밀려났다. 엘리시아가 남긴 은빛 바람이 흩날리며 살갗을 베어 낼 듯 매섭게 휘감겼다. 바로 눈앞, 쩍 갈라진 결계석의 거대한 틈새로 그녀의 은빛 머리칼이 집어삼켜지는 순간이 푸른 눈동자에 선명하게 박혔다.
"주군!"
카엘의 굵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주저 없이 제단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쇄도했다. 온몸의 신경이 엘리시아가 사라진 심연의 소용돌이를 향해 쏠려 있었다. 그러나 찢어진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 폭풍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은빛과 핏빛이 뒤섞인 역전 마나가 사방으로 튀며 석단을 산산조각 냈다.
카엘은 튀어 오르는 암석 파편을 어깨로 튕겨내며 결계석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손바닥 가죽이 타들어 가는 듯한 작열감이 밀려들었지만, 그는 악물고 검을 제단 바닥에 깊숙이 쑤셔 박았다.
쩌저적!
푸른 오러가 바닥판을 파고들며 닻처럼 걸리자, 소용돌이가 온몸을 끌어당기던 무지막지한 인력이 겨우 멈춰 섰다. 틈새 안쪽은 이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마나의 소용돌이뿐이었다. 엘리시아의 모습은 그 칠흑 같은 빛무리의 깊숙한 바닥으로 삼켜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제단 틈새를 타고 전해지는 가느다란 마나의 떨림만이, 그녀가 그 위험천만한 심연 속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알릴 뿐이었다.
"물러서십시오, 대공 전하! 외벽을 먼저 묶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