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유산 · 총 2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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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은 차갑고 고요한 어둠 속에 갇혔다. 갑작스러운 전력 상실은 조종석을 칠흑 같은 심연으로 몰아넣었고, 오직 멀리서 들려오는 미지의 엔진 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 숨이 턱 막혔다. 스패로우 호의 모든 센서는 죽어 있었고, 완전히 반응이 없었다. 마치 화물칸에 고정된 고대 유물이 그녀의 시스템을 과부하 시킨 것을 넘어, 어떻게든 그것들을 집어삼킨 것 같았다.

방금 스쳐 지나간 이미지들이 다시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함선들,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목소리, 그리고 우주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정적의 파동.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기억? 아니면 경고? 그녀의 이성적인 부분은 불가능하다고, 단순한 오작동일 뿐이라고 소리쳤지만, 직감은 달랐다. 이건 단순한 낡은 기술이 아니었다. 이것은 살아있는 무언가였다. 에코 스테이션이 꿈조차 꾸지 못했던, 잊힌 시대의 힘과 지식의 조각들을 품고 있는 존재였다.

차가운 공포가 그녀를 날카롭게 찔렀다. 그녀는 잔해성운에서 가장 위험한 구역 중 하나에 홀로 표류하고 있었고, 배는 죽어 있었으며,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공포 아래에는 항상 그녀를 움직이게 했던 또 다른 감정이 꿈틀거렸다. 바로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이었다. 이 유물, 이 불가능한 역사의 조각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황량한 현재를 재편할 수 있는 과거의 단편들을 보여주었다. 위험한 것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약속이기도 했다.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약속, 재건할 수 있다는 약속, 그리고 마침내 고통받는 에코 스테이션 사람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약속.

그녀는 어둠 속에서 하얗게 변한 손가락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돼. 포기할 수 없어. 이것은 단순한 발견이 아니었다. 소명처럼 느껴졌다. 어떤 힘이 다가오든, 유물이 의도치 않게 끌어들인 어떤 위협이든, 그녀는 맞설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스테이션을 위해, 잃어버린 지식을 위해, 미래를 위해. 설령 미지의 심연 속으로 뛰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멀리서 들려오던 엔진 소리는 더욱 커지고 선명해졌다. 더 이상 환청이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의 울림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향해 오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것을 향해.

아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조종석의 비상 전원 스위치를 더듬어 찾았다. 낡고 삐걱거리는 스위치가 겨우 제자리를 찾자, 희미한 비상등이 깜빡이며 조종석을 어슴푸레 비췄다. 최소한의 전력으로 작동하는 비상 통신 장치를 켰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그녀는 필사적으로 에코 스테이션을 호출했다.

"스패로우 호, 에코 스테이션에. 응답하라. 긴급 상황이다. 전력 상실, 시스템 마비. 미확인 선박 접근 중. 반복한다, 스패로우 호, 에코 스테이션에..."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코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은 불가능했다. 비상 전력은 겨우 음성 신호만 보낼 수 있을 뿐, 외부 센서나 장거리 통신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엔진 소리는 이제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울리는 듯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스패로우 호의 비상등에 비쳤다. 그것은 거대한 폐함선의 잔해가 아니었다. 명백히 기동 중인, 움직이는 선박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스패로우 호보다 훨씬 거대한 함선이었다. 날렵하면서도 위압적인 형태로 보아, 고철 수거선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것은 마치 잔해성운의 포식자처럼 보였다. 함선의 하단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스캐닝 빔이었다. 그 빔이 스패로우 호를 훑고 지나가자, 아리엘은 마치 맨몸으로 우주에 노출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은 유물을 찾고 있었다. 그녀가 발견한,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이 된 그것을.

"스패로우 호. 응답하라."

갑자기 조종석 스피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계음처럼 변조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명령조의 어조는 분명했다.

"미확인 선박. 스패로우 호의 모든 시스템은 마비되었다. 현재 통신이 어렵다." 아리엘은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

"우리는 스캐닝을 완료했다. 네 함선 화물칸에 있는 고대 유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저항하지 마라. 즉시 유물을 포기하고 함선을 정지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강제 회수에 들어갈 것이다."

강제 회수. 그것은 곧 파괴를 의미했다. 아리엘의 손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그녀는 화물칸에 있는 유물을 돌아보았다. 이 작은 물체가 이토록 거대한 위협을 불러올 줄이야. 그녀는 이 유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에코 스테이션의 미래가 걸린 일일지도 몰랐다.

"나는 에코 스테이션 소속이다. 이 유물은... 우리의 것이다. 물러서라!"

그녀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그러나 상대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에코 스테이션? 그 폐쇄적인 고철 더미들이 감히 고대 유물을 운운하는가? 어리석은 소리. 너희 같은 하찮은 존재가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마지막 경고다, 스패로우 호. 5초 안에 항복하지 않으면, 네 함선은 잔해성운의 또 다른 조각이 될 것이다. 5... 4..."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아리엘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었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죽은 함선, 다가오는 파괴,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미지의 유물.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비상 전력으로 간신히 깜빡이는 조종석의 보조 디스플레이가 들어왔다. 아주 희미하게, 스패로우 호의 비상 동력 코어에 연결된 보조 제어판이 보였다. 전력은 없지만, 유물의 에너지가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라면?

그녀의 천재적인 기계 감각이 번뜩였다. 유물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너무 강력하여 스패로우 호의 낡은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고 셧다운 된 것일 수도 있었다. 만약 그 에너지를 역이용할 수 있다면? 그녀는 미친 생각임을 알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3… 2…"

아리엘은 비상 제어판으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땀으로 미끄러웠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보조 동력 코어와 유물 사이의 에너지 흐름을 일시적으로 연결하는 비상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녀의 심장이 터질 듯했다. 미지의 유물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스패로우 호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였다.

"1…"

상대 함선에서 에너지 병기가 충전되는 섬광이 스패로우 호의 창문을 통해 번쩍였다. 동시에, 아리엘이 스위치를 내렸다.

순간, 스패로우 호의 모든 시스템이 마치 거대한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다시 깨어났다. 비상등이 꺼지고, 메인 디스플레이가 눈부신 빛을 내며 활성화되었다. 엔진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센서가 미친 듯이 정보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재가동이 아니었다. 스패로우 호의 시스템은 유물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평소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마치 낡은 기계에 새로운 심장이 이식된 듯했다.

"뭐… 뭐야!" 상대 함선의 목소리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리엘은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스크린에는 상대 함선의 위치와 무기 충전 상태가 선명하게 표시되었다. 그녀는 재빨리 스패로우 호의 엔진을 최대로 가동했다. 낡은 탐색선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잔해성운의 좁은 틈새 사이로 곤두박질쳤다.

"감히 도망치려 하다니! 추격해라! 저 함선을 놓치지 마라!" 상대 함선의 선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스패로우 호의 선체는 유물이 주입한 과도한 에너지로 인해 삐걱거렸지만, 아리엘의 조종은 신들린 듯했다. 그녀는 잔해성운의 모든 지형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다. 거대한 폐함선의 뼈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고속으로 떠다니는 파편들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추격하는 함선과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상대 함선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스패로우 호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레이저 포화가 그녀의 함선 주위를 스쳐 지나갔다. 아리엘은 비틀거리는 스패로우 호의 방어막을 간신히 유지하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때였다. 그녀의 메인 센서에 새로운 신호가 포착되었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파동. 익숙한 패턴.

"스타더스트 호!" 아리엘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카이 선장이었다.

카이의 스타더스트 호가 잔해성운의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거대한 함선은 마치 거친 파도를 가르는 고래처럼, 추격하는 미확인 함선과 스패로우 호 사이로 몸을 던졌다. 스타더스트 호의 강력한 엔진이 불을 뿜으며 미확인 함선의 항로를 가로막았다.

"젠장! 또 다른 고철 덩어리인가!" 미확인 함선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기 미확인 선박. 에코 스테이션 소속의 탐색선을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카이 선장의 묵직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경고가 담겨 있었다.

아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 선장이다. 이제 살았다. 하지만 미확인 함선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흥, 에코 스테이션의 수호자 카이인가? 시시한 고철 줍는 일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제법 용감하군. 하지만 이건 너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순순히 길을 비켜라. 아니면… 너희도 이 잔해성운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카이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우리 스테이션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 아이를 건드리는 것은."

아리엘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울렸다. ‘우리 아이.’ 카이 선장은 언제나 무뚝뚝했지만, 그녀를 가족처럼 아껴주고 있었다.

"어리석군! 너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감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 유물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너희 같은 존재에게는 너무 과분한 물건이다!" 미확인 함선의 선장이 비웃듯 소리쳤다. "우리는 그 유물을 반드시 손에 넣을 것이다. 방해하는 자는 모두 제거하겠다!"

미확인 함선은 다시금 무기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스타더스트 호를 겨냥하고 있었다. 카이 선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스타더스트 호의 방어막이 최대로 상승하고, 함선 곳곳에 숨겨져 있던 무기 포탑들이 불을 뿜을 준비를 했다.

"아리엘! 스패로우 호를 스타더스트 호 후방으로 대피시켜라! 여긴 내가 맡겠다!" 카이 선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선장님..." 아리엘은 주저했다.

"명령이다! 어서!" 카이의 단호한 외침에 아리엘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유물의 힘으로 강화된 스패로우 호를 조종하여 스타더스트 호의 뒤로 빠져나갔다.

스타더스트 호와 미확인 함선 사이에 격렬한 우주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레이저 포화와 방어막 충돌음이 잔해성운을 뒤흔들었다. 아리엘은 안전한 거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카이 선장이 미확인 함선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때, 미확인 함선의 측면에서 새로운 문양이 번뜩였다. 날카로운 검은 표면에 새겨진, 마치 맹수의 발톱 자국 같은 문양. 아리엘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 문양은 잔해성운의 암흑가에서 악명 높은 유물 사냥꾼, 제이든의 상징이었다. ‘블랙 마크’ 호. 그녀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이든은 단순히 고철을 노리는 약탈자가 아니었다. 그는 고대 유물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잔혹한 수단도 서슴지 않는 악명 높은 사냥꾼이었다. 그녀가 발견한 유물은 단순한 고대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이든마저 탐낼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카이 선장님! 저 함선은... 제이든의 블랙 마크 호입니다! 조심하세요!" 아리엘이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블랙 마크 호는 스타더스트 호의 방어막에 강력한 에너지 빔을 퍼부었다. 방어막이 파르르 떨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카이 선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블랙 마크 호의 통신망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기계음이 아닌, 날카로우면서도 여유로운 인간의 목소리였다.

"카이 선장님. 오랜만이군. 여전히 고철 더미를 지키느라 고생이 많으시오." 제이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러서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이 지키려는 저 '쓰레기' 안에는... 내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보물이 들어있거든."

제이든의 말과 함께, 블랙 마크 호는 스타더스트 호의 방어막이 가장 약해진 지점을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방어막이 한계에 달하며 붉은 섬광을 내뿜었다. 스타더스트 호가 크게 흔들렸다.

"젠장!" 카이 선장이 짧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리엘은 숨을 죽였다. 그녀의 눈은 블랙 마크 호의 위압적인 모습과, 그 앞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는 스타더스트 호를 번갈아 응시했다. 그녀가 발견한 유물 때문에, 카이 선장과 에코 스테이션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블랙 마크 호는 맹렬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스타더스트 호의 방어막은 이제 붕괴 직전이었다. 카이 선장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지만, 그것은 곧 절망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아리엘은 유물이 품고 있는 힘을 느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손이 다시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스패로우 호가 유물의 힘으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활력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이 힘을 어떻게든 사용해야 했다.

"제이든! 이 유물은... 당신 같은 자가 가질 자격이 없어!" 아리엘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통신망에 대고 소리쳤다.

제이든은 통신을 통해 아리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하는 듯했다. "어라? 그 조그만 고철 탐색선 안에 그대가 있었나? 아리엘, 맞지? 용감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하지만 네가 뭘 하든 소용없다. 그 유물은 내 손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너희 에코 스테이션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블랙 마크 호의 주포가 다시 충전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스타더스트 호의 함교를 직접 겨냥하고 있었다. 카이 선장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만약 저 공격이 명중한다면, 스타더스트 호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아리엘은 망설일 틈도 없이 스패로우 호의 조종간을 꺾었다. 그녀는 유물이 부여한 과부하된 엔진을 최대로 가동하며 블랙 마크 호의 측면을 향해 돌진했다.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카이 선장을 잃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유물을 제이든에게 넘겨줄 수도 없었다.

"아리엘! 뭐 하는 거야! 당장 돌아와!" 카이 선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나 아리엘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오직 블랙 마크 호의 약점만을 찾고 있었다. 스패로우 호는 유물의 에너지로 인해 푸른 빛을 내뿜으며 잔해성운의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다. 그녀의 작은 함선이 거대한 블랙 마크 호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폭풍 속으로 뛰어드는 작은 새와 같았다.

블랙 마크 호의 센서가 뒤늦게 스패로우 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고음을 울렸다. 제이든의 미소는 사라지고, 그의 눈에는 짜증과 경멸이 스쳤다.

"저 미친 계집애가! 요격해라! 당장 저것을 부숴버려!"

블랙 마크 호의 보조 포탑들이 일제히 스패로우 호를 향해 불을 뿜었다. 아리엘은 미친 듯이 조종간을 움직여 쏟아지는 포화를 피했다. 스패로우 호의 방어막이 붉게 번뜩이며 간신히 버텼다. 그녀의 작은 함선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유물의 에너지가 아무리 강력해도, 물리적인 충격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 블랙 마크 호의 에너지 코어에 연결된 외부 냉각 시스템이 들어왔다. 노출된 냉각 파이프. 저곳을 공격할 수만 있다면…

아리엘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스패로우 호를 급선회시켰다. 그녀는 스패로우 호의 모든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켜, 낡은 탐색선에 장착된 유일한 무기인 고철 절단용 레이저를 과부하 시켰다. 평소라면 고철 더미나 겨우 자를 수 있는 초라한 무기였지만, 유물의 에너지를 흡수한 지금은 달랐다. 푸른 섬광이 절단 레이저의 끝에서 맹렬하게 타올랐다.

"죽어라!" 제이든이 으르렁거렸다.

블랙 마크 호의 주포가 마침내 스타더스트 호를 향해 불을 뿜었다. 동시에, 아리엘은 모든 것을 걸고 과부하된 레이저를 블랙 마크 호의 냉각 파이프에 발사했다.

쾅!

두 개의 강력한 에너지가 동시에 폭발했다. 하나는 스타더스트 호의 방어막에 충돌하며 거대한 섬광을 일으켰고, 다른 하나는 블랙 마크 호의 측면 냉각 파이프를 강타하며 거대한 스파크와 함께 함선의 일부를 날려버렸다.

블랙 마크 호가 크게 휘청거렸다. 선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함선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제이든의 통신망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해 보고! 냉각 시스템 손상! 엔진 출력 저하!"

아리엘은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녀의 스패로우 호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방어막은 완전히 소진되었고, 선체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그녀는 간신히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 작은 쥐새끼가 감히!" 제이든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통신망을 찢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리엘! 그 유물은 반드시 내 손에 들어올 것이다! 너희 에코 스테이션은... 곧 지옥을 맛보게 될 테니!"

블랙 마크 호는 손상된 선체를 이끌고 잔해성운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제이든은 패배를 인정했지만, 그의 눈에는 복수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카이 선장도, 스타더스트 호도 무사했다. 하지만 제이든의 마지막 경고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유물을 둘러싼 위협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에코 스테이션은 고대 유물의 존재로 인해 거대한 폭풍의 눈에 휘말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리엘! 괜찮으냐!" 카이 선장이 다급하게 스패로우 호로 다가오며 통신했다.

"네, 선장님... 괜찮습니다." 아리엘은 힘겹게 대답했다. 그녀의 몸은 지쳐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새로운 결의가 솟아났다.

그녀는 화물칸에 고정된 유물을 돌아보았다. 검은 표면은 여전히 차갑고 고요했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에너지는 여전히 스패로우 호의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 유물이 인류의 미래를 뒤흔들 거대한 운명의 서막이라는 제이든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리엘은 이제 좁은 에코 스테이션을 넘어, 광활하고 위험한 우주로 나아가야 할 운명에 직면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고대 유물은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잊힌 과거를 여는 열쇠이자, 미지의 미래를 향한 거대한 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문을 열어야만 했다.

어둠 속에서, 에코 스테이션을 향해 느리게 움직이는 스타더스트 호와 그 뒤를 따르는 스패로우 호. 유물을 향한 탐욕스러운 시선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잔해성운의 차가운 침묵 속에서, 이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