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작업 끝에, 강우진 인턴의 예리한 통찰력과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루나’의 감성 인식 모듈을 폭주시키던 피드백 루프는 간신히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팀원들의 얼굴에는 안도감 대신 깊은 피로와 절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밤샘 작업에 지친 팀원들은 최지훈 팀장의 지시로 각자 자리로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하은은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불안감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강우진이 앞서 던졌던 ‘너무 많은 마음을 이해하려 하면, 때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죠. 팀장님.’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이 문득 ‘더 깊은 곳의 진실’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놓친 것이 없는지, 시스템의 더 깊은 곳에 숨겨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불안감에 휩싸인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헤맸다. 강우진의 말대로, 정말 ‘더 깊은 곳의 진실’이 있을까? 그녀는 밤새 팀원들이 정리했던 코드 기록들을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피드백 루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감성 인식 모듈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몇 시간 동안 수십만 줄의 코드를 훑어 내리던 그녀의 눈이 한 지점에서 멈췄다. 정상적인 시스템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기묘하게 숨겨진 코드 블록. 백도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