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무릎이 닿기도 전에 강한 완력이 엘리샤의 허리를 낚아챘다.
거신의 늑골을 향해 도약하려던 칼릭스가 방향을 꺾어 지면을 박찼다. 귓가를 찢을 듯 울리던 마력의 파동 사이로 억눌린 칼릭스의 숨소리가 짓씹혀 들어왔다.
"정신 차려, 엘리샤!"
엘리샤의 머릿속은 불붙은 납덩이를 들이부은 것처럼 들끓었다. 망막에 달라붙은 붉은 안광이 신경망을 갉아먹으며 시야를 지워 냈다. 관찰자의 눈으로 얽어매던 푸른 궤적들이 거신의 마안에 강제로 빨려 들어가며 두개골 안쪽이 터져 나갈 듯 조여들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마비가 전신을 덮쳤다.
그 순간, 머리 위 상층 난간에서 서늘한 폭음과 함께 흑철 와이어들이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찰칵, 콰르릉!
난간 모서리에 버티고 선 세드릭이 피 묻은 손가락을 비틀어 바닥 제어반의 룬을 강제로 맞물렸다. 제단 바닥에 음각되어 있던 황실 암살대의 마법진이 핏빛 벼락을 토해 내며 수십 가닥의 흑철 사슬을 쏘아 올렸다. 동시에 암석 틈새에 숨어 있던 벼락 쐐기들이 칼릭스의 무방비한 등을 정조준해 짓쳐 들었다.
"그 눈을 너무 과신했더군, 계집. 네놈이 괴로워할 때 칼릭스가 등을 보일 거라는 건 뻔한 수순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