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으로 몸이 꺾여 내려가는 순간, 뺨을 때리는 새벽바람이 숨통을 틀어막았다.
시야가 뒤집히며 솔라리움의 깨진 유리 바닥과 붉게 타오르는 결계의 그물이 아득히 멀어졌다. 발밑은 끝을 알 수 없는 암흑이었고, 귓가에서는 허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가 날카로운 파열음으로 변해 터져 나갔다.
"지금입니다, 발렌틴!"
로젤리아는 펄럭이는 외투 깃을 억세게 틀어쥔 채 외쳤다. 목구멍으로 거센 돌풍이 들이쳐 목소리가 거칠게 찢겼지만 남자의 귓바퀴에는 가닿았다.
발렌틴은 떨어져 내리는 와중에도 흐트러짐 없이 시선을 맞췄다. 그의 흑청색 눈동자에 서린 것은 추락의 공포가 아니었다. 뼈를 깎는 결단이었다.
"잡아라."
남자가 뇌까림과 동시에 가슴 안쪽에서 서슬 퍼런 냉기를 터뜨렸다. 북부의 혹한이 칼날처럼 뿜어져 나와 두 사람의 주변 대기를 단숨에 얼려 붙였다. 허공에 흩뿌려지던 밤이슬이 순식간에 굵은 서리꽃으로 굳어 떨어졌다.
로젤리아는 지체하지 않고 체내의 웨더 코어를 열었다. 억누르고 통제해 왔던 감정의 불씨를 일시에 풀어놓았다. 피부 아래를 달구던 온기가 피의 서약이 맺어진 손끝을 타고 맹렬한 금빛 파동으로 번져 나갔다.
섭씨 수십 도를 가뿐히 넘나드는 양극단의 기온이 허공 한복판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