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창살이 천장을 꿰뚫으며 솟구친 순간, 배수로 안의 공기가 숨 막힐 정도로 팽창했다.
시릴의 상아빛 지팡이 끝에서 번져 나간 푸른빛 파동은 더러운 오수와 축축한 석벽을 단숨에 하얗게 표백해 버렸다. 뚝뚝 떨어지던 천장의 물방울조차 바닥에 닿기 전에 날카로운 서리 침으로 굳어 버렸다. 평야로 이어지는 유일한 철문은 이미 거대한 빙벽 뒤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물러서십시오."
발렌틴이 굵직한 저음으로 으르렁거리며 앞을 가로막았다. 털 장식이 달린 북부 코트 자락이 사납게 펄럭였다. 남자는 허리춤의 대검을 뽑아 들고 망설임 없이 빙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검날을 감싼 흑청색 냉기가 매서운 궤적을 그리며 얼음 장벽의 중심부를 내리쳤다.
콰아앙!
귀를 찢는 굉음이 밀폐된 지하 통로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얼음벽은 금 하나 가지 않았다.
오히려 칼날이 박힌 자리를 기점으로 은빛 서릿발이 뱀처럼 몸을 틀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검신을 타고 번개처럼 번져 온 지독한 한기는 순식간에 발렌틴의 묵직한 가죽 장갑을 얼려 버리고, 단단한 손목과 팔뚝을 타고 기어올랐다.
"큭……!"
발렌틴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남자의 팔을 감싼 검은 코트 위로 창백한 성에가 두껍게 내려앉으며 근육이 돌처럼 굳어 갔다. 칼을 쥔 손가락마저 얼어붙어 떼어낼 수조차 없었다.
"헛수고입니다, 윈체스터 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