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아르카나의 푸른 하늘 아래, 리아나는 난생 처음 보는 풍경에 숨을 죽였다. 발아래 펼쳐진 것은 더 이상 땅이 아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건축물들이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에테르 마차가 은은한 광채를 뿜으며 지나다녔다. 이곳은 천공 도시, 아르카나. 감정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마법 문명의 정수이자,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신비로운 세계였다.
리아나의 금색 눈동자에 비친 아르카나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그 화려함 너머, 사람들의 몸을 감싸는 오라 색깔에 닿아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선명한 감정의 색을 띠고 있었다.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주변에는 발랄한 주황색과 생기 넘치는 연두색이 피어올랐고, 바쁘게 오가는 상인들은 푸른색과 갈색이 뒤섞인 차분한 오라를 뿜어냈다. 리아나는 그 모든 색깔의 흐름을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읽어냈다. 그것은 그녀에게 너무나 당연한 감각이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지상에서 이곳으로 이끈, 감추고 싶은 비밀이기도 했다.
"리아나 에르메스 양, 에테르 아카데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내를 맡은 마법사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리아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오라는 따뜻한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리아나는 애써 평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그녀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시골 마을에서 평범하게 자랐던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은 과분하고도 위협적인 변화였다.
에테르 아카데미는 아르카나에서도 가장 높은 구역에 위치해 있었다. 거대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돔 형태의 본관은 하늘의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고, 주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은 각기 다른 마법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카데미의 입구에 들어서자, 수많은 학생들의 오라가 한꺼번에 그녀의 감각을 강타했다. 열정적인 붉은색, 호기심 가득한 에메랄드색, 차분한 보라색,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깊은 푸른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오라.
리아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그 오라들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폭풍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강렬하고, 너무나 억눌려 있어서, 그 주변의 다른 오라들마저 미약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마치 그림처럼 완벽한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남자는 흑단 같은 머리카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채, 차가운 제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감히 누구도 다가서지 못할 듯한 냉기가 흘렀다. 그의 오라는 차분한 푸른색과 황제만이 가질 수 있다는 고귀한 금색이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검은색의 깊이는 리아나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르카나 제국의 황태자, 카이젠 루베르트. 그는 마치 얼음으로 조각된 완벽한 신상 같았다.
그 옆에는 붉은색 머리카락과 호기심 가득한 에메랄드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귀족적인 기품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오라는 밝고 장난기 넘치는 주황색과 예리한 녹색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예측할 수 없는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명망 높은 마법사 가문의 후계자이자 아카데미의 문제아 천재, 아드리안 벨모트. 그는 모든 것을 흥미로운 놀잇감처럼 바라보는 듯했다.
두 남자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오라는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리아나는 저도 모르게 주춤했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지 않기를 바라며, 최대한 몸을 움츠렸다. 평범한 전학생으로서, 조용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싶다는 그녀의 소박한 꿈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카이젠 황태자가 시선을 돌렸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정확히 리아나에게 향했다. 순간, 리아나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의 차갑던 오라가 아주 미세하게, 찰나의 순간 동안 흔들리는 것을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잔잔했던 그의 감정의 물결이 일렁였다.
"어라, 새로운 얼굴인데?"
아드리안 벨모트 역시 리아나를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의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장난기 어린 빛을 띠었다. 그의 오라가 그녀를 향해 뻗어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평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두 남자의 오라가, 그녀의 존재 앞에서 미약하게나마 동요하고 있었다.
리아나는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녀의 몸에서 아주 희미하고 가느다란 실이 뻗어 나간 것처럼, 그들의 오라와 엮였다는 것을. 그것은 천년 전 기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전설 속의 존재, ‘컬러 위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타인의 오라 색깔을 무의식적으로 엮어 변화시키는 능력.
그녀는 자신의 은발과 금색 눈동자가, 이 두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촉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범한 옷차림 속에 숨겨진 그녀의 존재는, 이 거대한 아카데미의 두 축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능력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됨과 동시에, 두 남자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이 싹트고 있었다.
리아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평범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녀의 발아래 펼쳐진 아르카나의 하늘은, 이미 그녀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물들기 시작하는 그들의 감정은 과연 어떤 색으로 변해갈까? 그리고 그녀의 숨겨진 능력은 과연 이 천공 도시의 균형을 어떻게 뒤흔들게 될까?
두 남자의 시선이 리아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오라는 이제 단순히 흔들리는 것을 넘어, 그녀를 중심으로 미묘하게 얽히고설키는 듯했다. 리아나는 그들의 시선이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녀는 그저 평범한 전학생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은밀한 능력이 이미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감출 수 없는 특별한 능력. 리아나 에르메스의 아르카나에서의 삶은, 이제 막 시작된 예측 불가능한 색깔의 폭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그들의 오라가, 이제는 그녀의 손끝에서 어떤 색으로 엮여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킬 운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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