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불감의 시작
엘리온은 굳건한 표정으로 아카데미의 거대한 복도를 걸었다. 에테르의 힘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건물들은 다른 학생들에게는 경이로운 생명력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겠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기묘하게 뒤틀린 건축물에 불과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무늬들은 고대 상형문자처럼 보였고, 천장의 돔은 마치 거대한 동물의 갈비뼈처럼 솟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에테르의 영향이라고 설명되었지만, 그는 그 어떤 미세한 떨림도, 따뜻한 온기도, 생명의 맥동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차가운 돌과 나무, 그리고 알 수 없는 재질의 물질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복도를 지나는 학생들의 시선이 그를 쫓았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냉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뒤섞여 있었다. ‘에테르 불감증’이라는 낙인은 이미 아카데미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이 거대한 에테르의 요새에서, 에테르를 느끼지 못하는 존재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았다. 부자연스럽고, 이질적이며,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한 존재였다.
엘리온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려 애썼지만, 날카로운 바늘처럼 피부를 찌르는 듯한 감각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손바닥에서는 아무런 에테르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고, 자라면서 수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평생 에테르의 존재를 실감하지 못했던 그에게, 에테르가 만물의 근원이라는 말은 그저 공허한 구호처럼 들렸다.
그는 배정받은 기숙사 방을 찾아 헤맸다. 아카데미의 구조는 복잡하고 미로 같았다. 에테르의 흐름을 따라 설계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에테르를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는 지도를 따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간혹 길을 잃은 듯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에테르의 흐름도 읽지 못하는 주제에 아카데미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들의 속삭임은 그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인정받고 싶다는,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가 내면에서 꿈틀거렸지만, 동시에 그들의 시선은 그가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마침내 그의 방을 찾았을 때, 문 앞에는 이미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낡은 나무 문에는 뾰족한 것으로 긁어놓은 듯한 낙서가 보였다. ‘불감증’. 단순한 낙서였지만, 그 글자는 칼날처럼 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방문을 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좁지만 침대와 책상, 작은 옷장이 전부인 단출한 공간이었다. 창밖으로는 아카데미의 거대한 첨탑들이 보였다. 그 첨탑들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에테르의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엘리온은 잠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단 한 가지 의문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 자신만이 에테르를 느끼지 못하는가? 그리고 왜, 그런 자신이 이 아카데미에 특별 입학하게 된 것인가?
다음 날 아침, 엘리온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강당은 이미 수많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은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었고,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열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두 에테르 능력자들이었다. 에테르의 힘을 다루고, 변이된 세계를 구원할 미래의 수호자들. 엘리온은 그들 사이에서 홀로 튀는 이방인이었다.
단상에는 아카데미의 학장이자 최고 원로인 ‘엘더 마스터’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눈빛은 에테르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변이의 위협과 에테르 능력자들의 사명에 대해 역설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 시대의 희망입니다. 에테르가 죽어가는 지금, 여러분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에테르의 빛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에테르 아카데미는 여러분을 진정한 수호자로 길러낼 것입니다!"
엘더 마스터의 연설은 에테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에게는 깊은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주었을 터였다. 그들의 몸에서 미약한 에테르의 파동이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엘리온에게는 그저 웅장한 목소리와 열정적인 몸짓일 뿐이었다. 그는 그 어떤 공감도,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내면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첫 수업이 배정된 강의실로 향했다. 엘리온이 배정된 수업은 ‘기초 에테르 발현’이었다. 에테르 능력자들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가장 기본적인 수업. 손끝에서 에테르를 발현하고, 그 흐름을 느끼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감을 품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어쩌면, 어쩌면 이곳에서 그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희미한 희망이었다.
강의실은 둥근 형태로, 중앙에는 에테르를 안정화시키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벽면에는 고대 에테르 문명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유물들에서는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에테르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엘리온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른 학생들의 표정과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에테르의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자,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
중년의 남성 교수가 단상에 섰다. 그의 이름은 ‘엘라스’였다. 인자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학생들을 훑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강의실의 에테르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에테르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에테르를 이해하고, 에테르와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아카데미에서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엘라스 교수는 에테르 발현의 기본 원리를 설명했다. 에테르는 살아있는 에너지이며, 마음과 의지에 반응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는 손바닥을 펴고 집중하자,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의 작은 에테르 구슬이 맺혔다.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에테르 구슬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였다. 엘리온은 그저 눈으로만 그 현상을 관찰했다.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에테르의 흐름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담아 손끝으로 에테르를 모으세요. 처음에는 미약한 빛이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에테르와 교감하려는 의지입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손바닥을 펴고 눈을 감았다. 강의실은 이내 고요해졌다. 엘리온도 그들을 따라 손을 펴고 눈을 감았다. 그는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온 신경을 손끝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만이 손바닥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몇 분이 흐르자,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희미한 푸른빛, 녹색빛, 혹은 노란빛의 에테르가 학생들의 손끝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작은 불꽃을 만들어냈고, 어떤 학생은 손바닥 위에서 물방울을 튀겼다. 그들의 얼굴에는 성공의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엘리온은 눈을 떴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학생들이 에테르를 발현하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어려 보이는 학생조차도 손끝에 희미한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공허했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더 깊이 집중했다. 에테르의 존재를 상상했다. 마치 따뜻한 물처럼 몸속을 흐르고, 손끝으로 모여드는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흠, 엘리온 학생. 당신은 어떤가요?"
엘라스 교수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눈을 떴다. 교수는 그의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미묘한 기대감과 함께,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 주변의 학생들도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 속에는 ‘과연?’ 하는 의심이 가득했다.
엘리온은 침묵했다. 그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이미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엘라스 교수는 옅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에테르는 때로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의 말은 위로였지만, 엘리온의 귀에는 비웃음처럼 들렸다.
그때, 한 학생이 엘리온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였다. 단정하고 기품 있는 차림새에, 그녀의 손끝에서는 황금빛 에테르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아카데미 수석 입학을 놓치지 않는 엘리트, 베르단디 가문의 후계자, 세레나였다.
"엘리온 님,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세요? 에테르는 이렇게,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온몸에서 맥동하는 생명력인데..." 세레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엘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의문이 담겨 있었지만, 그 순수함이 엘리온에게는 더 큰 벽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황금빛 에테르가 작은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엘리온은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에테르를 응시했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맥동도, 생명력도, 그 어떤 에너지도."
세레나의 얼굴에 실망과 함께 당혹감이 스쳤다. 그녀는 엘리온의 옆자리에 앉아 다시 자신의 에테르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녀의 에테르는 점점 더 형태를 갖추어갔고, 작은 황금빛 새가 되어 강의실을 한 바퀴 돌았다. 다른 학생들은 세레나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엘라스 교수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엘리온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깊은 고립감을 느꼈다. 그는 이 공간에 속해 있지 않았다. 에테르가 만물의 근원인 세계에서, 그는 마치 투명한 존재 같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내면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하지만 그 욕구는 현실의 벽 앞에서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수업이 끝날 무렵, 엘라스 교수는 숙제를 내주었다. "다음 시간까지, 각자 자신의 에테르를 발현하고, 그 에테르를 이용해 나뭇잎을 띄우는 연습을 해오세요." 학생들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엘리온은 침묵했다. 나뭇잎을 띄우는 것은 고사하고, 에테르를 발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는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는 아카데미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변이된 식물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에테르의 영향이 비교적 적어 고요했다.
엘리온은 벤치에 앉아 손바닥을 펴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에테르를 느끼려 노력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 에테르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것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공허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젠장."
그는 낮게 읊조렸다. 처음으로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이곳에 왜 온 것일까? 가문의 몰락과 에테르 불감증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변이하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에테르를 느끼지도, 다루지도 못하는 무능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색빛 하늘에는 변이의 징조인 불길한 검은 구름이 희미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세상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죽어가는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의 마음속에 깊은 절망감이 스며들었다.
그때였다.
정원 한쪽에 심어져 있던, 변이로 인해 검게 뒤틀린 나뭇잎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식물들과 달리, 그 나뭇잎은 유난히 더 검고, 마치 죽은 것처럼 생명력이 없었다. 엘리온은 무심코 그 나뭇잎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나뭇잎에 닿는 순간,
‘징-’
아주 미세한 떨림이 그의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것은 에테르의 맥동과는 다른, 마치 차가운 강철이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운 진동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눈앞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검게 뒤틀려 있던 나뭇잎의 색이 아주 미세하게, 아주 희미하게, 본래의 푸른색을 되찾는 듯했다.
엘리온은 숨을 들이켰다. 착각일까?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뻗어 나뭇잎에 닿았다. 이번에는 더 강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솟아나는 듯했다. 그리고 나뭇잎의 변이는 더욱 빠르게 회복되었다. 검은색이 옅어지고, 푸른색이 선명해졌다. 죽어가던 나뭇잎이, 마치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처럼 파릇파릇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에테르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가 배워왔던 에테르의 발현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에테르 능력자들이 에테르를 ‘다루고’ ‘발현’하는 것과 달리, 그는 무언가를 ‘정화’하고 있었다. 죽어가던 에테르의 변이를 되돌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나뭇잎은 완전히 본래의 푸른색을 되찾았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엘리온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빛도, 에너지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죽어가던 변이된 에테르가 회복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자신의 ‘에테르 불감증’의 진실인 것일까?
에테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에테르에 반응하는 것일까?
그는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희망이 그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뻗어 다른 변이된 식물에 닿았다. 그의 손이 닿자마자, 식물은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손이 죽음을 물리치고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의 손인 것처럼.
엘리온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 손은 에테르를 발현하지 못하는 무능한 손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 손이야말로, 죽어가는 세상을 구할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이 그의 심장을 강하게 울렸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 처음으로 강렬한 빛이 스쳤다.
그의 뒤편에서, 그림자 속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낡은 안경을 고쳐 썼다.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역시… 그 아이였군.” 남자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엘리온을 향해 깊은 호기심과 기대를 담고 있었다.
엘리온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이 손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이든, 그는 이제 그것을 파헤쳐야 할 운명이었다. 아르카나 에테르 아카데미에 발을 들인 첫날,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은 듯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죽어가는 세계에 드리워진 새로운 희망의 서막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