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전설 탐정단 · 총 1

프롤로그

뷰어에서 이어 읽기

아름이 한울대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세상의 모든 소음은 아득히 멀어졌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들이 겹겹이 늘어선 풍경 위로, 낡았지만 웅장한 시계탑이 푸른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이곳은 그저 ‘대학교’가 아니었다. 어릴 적 꿈꾸던 모든 로망과 미스터리가 살아 숨 쉬는 전설 속 공간이었다. 지방에서 갓 상경한 스무 살 한아름의 심장은, 이제 막 시작될 특별한 캠퍼스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그녀의 맑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듯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며, 늘 환하게 웃는 얼굴에는 꾸밈없는 순수함이 배어 있었다. 아담한 키, 작은 손바닥,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아름은 어릴 적부터 미스터리 소설과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보며 상상력을 키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운명적인 만남과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낭만주의자였다. 평생 읽어왔던 수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자신에게도 드라마틱한 순간이 찾아오리라 굳게 믿었다. 특히 한울대학교에 얽힌 기상천외한 소문과 전설들은 아름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밤마다 울리는 시계탑의 비명’, ‘연인들의 맹세를 훔쳐가는 도서관 유령’,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주는 별똥별 탐정단’ 같은 이야기들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었다. 아름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곧 펼쳐질 자신만의 모험을 알리는 신비로운 단서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가슴속 깊이 정의감을 품고 있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녀를 이 특별한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별똥별 탐정단’이었다. 캠퍼스 내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잃어버린 물건, 심지어는 짝사랑 상대의 마음까지 찾아준다는 소문은 그녀의 심장을 격렬하게 뛰게 했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 그것이야말로 아름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캠퍼스 안내도를 손에 든 채 동아리 건물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은 낮에도 어딘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고, 낡은 복도를 따라 걷자 묘한 기운이 감도는 문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문패에는 닳아버린 글씨로 ‘별똥별 탐정단’이라 쓰여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문고리를 잡았다. 손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녀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문을 열자,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앤티크한 가구들과 세계 각지의 미스터리 관련 자료들, 오래된 지도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책들이 벽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창문에는 두꺼운 벨벳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 먼지 섞인 공기가 맴돌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이곳이야말로 전설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낡은 가죽 소파 위에는 읽다 만 책이 널브러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돋보기와 필기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인 책상이 보였다. 아름은 홀린 듯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때, 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나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목소리의 주인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높은 콧대를 희미하게 비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아름을 향해 있었다. 차분한 흑발은 그의 냉철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다. 항상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그는 큰 키와 넓은 어깨로 모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현우. 소문으로만 듣던 ‘별똥별 탐정단’의 회장이자, 캠퍼스 전설 그 자체인 남자였다. 그의 주변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신비로운 아우라가 감돌았다. 아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생 한아름이라고 합니다. 별똥별 탐정단에 가입하고 싶어서 왔어요!"

아름은 애써 밝은 목소리를 냈지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어지는 듯했다.

"별똥별 탐정단은 단순한 친목 동아리가 아닙니다. 호기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곳이죠." 현우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며칠 못 가 흥미를 잃고 떠납니다. 당신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의 말은 아름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하지만 아름은 쉽게 물러설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빛났다.

"저는 달라요! 저는 정말 특별한 캠퍼스 생활을 원하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정말 자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추리 소설을 읽으며 셜록 홈즈가 되는 상상을 했는걸요!"

그녀의 눈은 결의에 차 있었다. 현우는 그런 아름을 잠시 응시하더니, 피식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비웃음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담긴 미소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입가에 스친 미소는 너무나 짧아서, 아름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자신 있다고 했나요? 좋습니다. 그럼 증명해 보십시오."

현우는 손짓으로 벽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낡은 나무 게시판이 있었고, 몇 장의 의뢰서가 붙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에게 시험을 내리는 듯했다. 아름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게시판에는 갖가지 의뢰들이 붙어 있었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세요’, ‘시험 족보를 찾고 싶어요’, ‘짝사랑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 주세요’ 같은 평범한 의뢰들 사이로, 아름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잉크가 번져 희미해진 오래된 종이였다.

그 의뢰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울대 시계탑 아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연인들은 저주에 걸린다. 이 저주를 풀 단서를 찾아주세요. – 이름 없는 의뢰인.’

그 아래에는 붉은 잉크로 그린 듯한 하트 모양의 그림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지만, 아름의 예리한 직감은 이 의뢰가 단순하지 않음을 속삭였다. 특히 그 의뢰서 구석에 현우의 필체와 비슷한 글씨로 ‘개인 미스터리’라는 메모가 작게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름의 심장은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메모 위에서 멈췄다. ‘개인 미스터리’. 현우 선배에게도 풀고 싶은 미스터리가 있다니. 그것도 ‘사랑의 저주’와 얽힌.

‘사랑의 저주’ 전설. 그리고 이현우 선배의 ‘개인 미스터리’. 이 두 가지가 과연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아름은 알 수 없는 설렘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어쩌면 이 전설 속에 현우 선배의 마음속 비밀을 찾아낼 단서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게시판의 의뢰서를 떼어내며 결심했다.

"이 의뢰, 제가 맡겠습니다!"

아름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현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아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아름은 알았다. 그녀의 평범했던 캠퍼스 생활은 이제 막, 예측 불가능한 미스터리와 아슬아슬한 로맨스로 물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이 차가운 탐정단 회장이 서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의 첫 번째 캠퍼스 전설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