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전설 탐정단 · 총 2화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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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대학교의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캠퍼스는 기대와 활기로 가득 찬 학생들로 북적였다. 그 인파 속을 걷는 한아름의 발걸음은 벚꽃잎처럼 가볍기도, 때로는 낯선 공기에 짓눌린 듯 무겁기도 했다. 분홍빛으로 물든 벚나무 터널을 지날 때마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따스한 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듯 화사한 풍경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아름은 캠퍼스 로맨스를 꿈꿔왔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는 선배와의 우연한 눈 맞춤, 도서관 책장 사이에서 마주치는 설렘 가득한 시선, 빗속에서 함께 우산을 쓰는 운명적인 만남 같은 장면들을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왔다. 마치 한 편의 청춘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현실의 캠퍼스는 낭만적인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수많은 인파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다녔고, 복잡한 건물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각자의 길을 바삐 가는 선배들의 모습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기색마저 엿보였다. 아름은 이 거대한 공간 속에서 자신이 길을 잃거나, 혹은 너무나 평범한 존재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주눅이 들었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많은 동아리 홍보 부스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던 아름의 발걸음은 문득 멈춰 섰다. 낡았지만 왠지 모르게 역사가 느껴지는 나무 간판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판에는 ‘별똥별 탐정단’이라는 이름이 투박한 글씨체로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캠퍼스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자, 별똥별 탐정단으로 오라!’는 문구가 손글씨로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미스터리’, ‘전설’, ‘탐정’.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단어들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평범한 로맨스만을 꿈꿨던 아름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탐정단’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숨겨진 모험심을 건드렸다.

어릴 적부터 아름은 남다른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주변의 작은 사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친구가 잃어버린 필통의 위치를 귀신같이 찾아내거나, 선생님의 잃어버린 안경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등, 자잘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묘한 재능을 보였다. 그런 자신의 성향을 떠올리자, 이곳이 단순히 로맨스만을 쫓는 곳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 기분은 대체 뭘까.

아름은 동아리 홍보물에 붙어 있는 빛바랜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래된 캠퍼스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선배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냉철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흑백 사진 속에서도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깊이 있는 눈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냉철한 회장’이라는 문구가 그의 옆에 적혀 있었는데, 아름은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다. 평범한 로맨스 소설 속의 다정한 왕자님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오히려 그런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그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가슴 속에서 간질거리는 듯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과연 자신이 이런 ‘탐정’ 활동에 잘 어울릴지, 혹시 너무 진지하고 딱딱한 분위기일까 하는 걱정도 스쳐 지나갔다. 엉뚱하고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이 과연 냉철한 분위기의 탐정단에 녹아들 수 있을까? 괜히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가 분위기를 망치거나, 혹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 봐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득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평범한 로맨스도 좋지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특별함이 있어.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그녀의 설렘은 불안감을 압도했고, 결국 가입 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볼펜 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왠지 모를 짜릿함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듯했다. 종이 위로 ‘한아름’ 석 자가 또렷하게 새겨졌다. 가볍게 숨을 들이쉬자, 새로운 공기가 폐 속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 아름은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예측 불가능한 캠퍼스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별똥별 탐정단’이라는 이름이 반짝이는 별똥별처럼 깊이 박혔다. 이 동아리가 그녀의 대학 생활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줄지, 그리고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아름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특히, 동아리 소개서에 짧게 언급된 ‘냉철한 회장’이라는 문구는 그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평범한 로맨스 소설 속의 멋진 선배일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일까? 아름은 캠퍼스의 낭만과 미스터리 사이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며,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가슴 설레는 기대를 품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콧노래가 절로 나올 것만 같았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기대로 바뀌어 있었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 활기찬 박동과 함께, 아름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긴 소설처럼 새로운 장을 향해 나아갔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 활기찬 박동과 함께, 아름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긴 소설처럼 새로운 장을 향해 나아갔다.

며칠 후,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아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별똥별 탐정단’의 동아리 방을 찾아갔다. 캠퍼스 외곽, 오래된 인문관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동아리 방은 삐걱거리는 나무 문과 퀴퀴한 먼지 냄새, 그리고 천장까지 가득 쌓인 낡은 책들과 서류들로 그녀를 맞았다.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동아리 방 문은 마치 수십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듯 낡고 빛바래 있었다. 손잡이를 잡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고, 문을 여는 순간 삐걱이는 소리가 복도에 길게 울려 퍼졌다.

아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벽은 온통 빛바랜 포스터와 기묘한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누군가 복잡한 도표와 메모를 잔뜩 붙여놓은 화이트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상했던 세련되고 모던한 탐정 사무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과 세월의 흔적이 묘한 매력을 풍겼다. 흡사 영화 속 비밀스러운 아지트 같은 분위기에 아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릴 뻔했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희미한 커피 향,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뒤섞여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 공간이었지만, 천장에 매달린 낡은 전등이 은은한 주황빛을 뿜어내고 있어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 방 한쪽에서 몸을 일으키며 한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칙칙한 동아리 방의 공기마저 밝게 만드는 듯했다. “어? 새내기 아름 씨 맞죠? 가입 신청서 보고 있었어요! 환영합니다, 별똥별 탐정단에!” 바로 박선우 선배였다. 그의 밝고 활기찬 에너지는 낯선 공간의 긴장감을 단번에 녹여주었다. 선우는 아름에게 다가와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찼다. 아름은 그의 유머러스한 성격과 다정한 태도에 금세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네, 한아름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아름은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선우는 아름을 낡은 나무 의자로 안내하며 유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름 씨 덕분에 이 동아리 방에 드디어 꽃이 피는군요! 어서 와요, 앉아요. 혹시 궁금한 거 있어요? 뭐든 물어봐요!”

아름은 선우의 친절함에 마음이 놓였다. “음… 동아리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요? 그리고 혹시… 정말 캠퍼스 전설 같은 것도 해결하는 거예요?”

선우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캠퍼스에 떠도는 황당한 소문부터,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기, 심지어는 짝사랑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의뢰가 들어와요. 우리는 그 모든 것의 단서를 찾고, 진실을 파헤치는 거죠. 가끔은 진짜 미스터리 같은 일도 벌어진답니다?”

선우는 동아리의 역사와 주요 활동, 그리고 가끔 들어오는 기상천외한 의뢰들에 대해 유쾌하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설명은 마치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아름은 선우와의 대화를 통해 동아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며 점차 이곳에 대한 기대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우의 밝은 모습에서 앞으로의 동아리 생활이 즐거울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칙칙했던 동아리 방이 마치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 그런데… 이현우 회장님은 어디 계세요?” 아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아리 소개서에서 보았던 그 냉철한 회장님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우는 방 구석의 낡은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고 책을 읽고 있던 한 남자를 가리켰다. “아, 저기 계시네요. 우리 회장님은 늘 저렇게 책과 한 몸이시라.”

아름은 선우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두툼한 양장본을 읽고 있던 남자. 그의 옆모습은 날카로운 턱선과 높은 콧대, 그리고 차분하게 흘러내리는 흑발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모습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는 마치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듯했다.

그 남자, 동아리 회장 이현우는 아름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는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고, 무표정한 얼굴은 아름의 심장을 쿵 떨어뜨렸다. 아름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맑고 커다란 자신의 눈에 비친 그의 눈빛은 어떤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아름을 위아래로 훑어볼 뿐이었다. 마치 새로 들어온 가구라도 되는 양.

현우는 아름이 예상했던 따뜻한 환영 대신 차가운 한마디를 던졌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새내기인가. 또 금방 그만두겠지.”

그의 말에 아름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로맨스 소설 속에서 그리던 멋진 선배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냉담하고 무시하는 듯한 반응에 아름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아름의 마음은 순식간에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식어버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역시 나 같은 평범한 애는 이런 특별한 동아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걸까?’

자책감과 함께,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아프게 욱신거렸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슴에 날카로운 칼날을 꽂는 듯한 아픔이었다.

선우는 현우의 무례한 태도에 당황하며 아름을 위로하려 했다. “회장님, 아름 씨는….”

하지만 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무관심한 태도는 아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상처받았지만, 동시에 오기가 발동했다.

‘금방 그만두겠지’라는 말은 그녀의 호기심과 끈기를 자극했다. 아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를 일깨웠다. ‘아니, 난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여기서 뭔가 특별한 걸 찾아내고 말겠어.’ 아름은 속으로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아픔보다 더 강렬한 결의가 그녀를 지배했다.

그녀는 현우의 차가운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곳에 존재할 것임을 무언의 시위로 보여주었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선우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의지는 단단했다.

“괜찮아요, 선배님.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기가 생기네요!”

선우는 아름의 의외의 당찬 모습에 놀라며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호, 아름 씨, 생각보다 보통이 아닌데요? 우리 회장님 저런 말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서…”

현우는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이었지만, 아름의 말에 아주 미세하게, 정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눈썹을 움직이는 듯했다. 아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 첫 만남은 아름에게 단순한 동아리 가입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작은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현우의 벽을 넘어서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구에 사로잡혔다. 이 동아리가 자신에게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현우에 대한 오기와 함께, 이 미스터리한 선배의 감춰진 속마음을 알아내고 싶다는 묘한 호기심이 피어났다. 동아리 방의 퀴퀴한 공기 속에서, 아름은 새로운 목표를 품었다.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 차가운 동아리 방에서 그녀의 캠퍼스 생활은 이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참이었다.

이 차가운 동아리 방에서 그녀의 캠퍼스 생활은 이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참이었다. 아름은 현우의 무관심한 시선이 더 이상 자신을 꿰뚫지 못하도록, 오히려 그 시선에 비치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다지기로 결심했다. ‘금방 그만둘 것’이라는 현우의 말은 그녀의 호기심과 끈기를 자극하는 불씨가 되었고, 엉뚱하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는 아름에게는 이제 ‘증명해야 할 대상’이 명확히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동아리 방 한쪽에 쌓여 있는 낡은 의뢰 파일 더미로 향했다.

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파일들은 마치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물 같았다. 아름은 조심스럽게 가장 위에 놓인 파일을 집어 들었다. 쿰쿰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별똥별 탐정단’이라는 이름 아래 해결된 수많은 캠퍼스 미스터리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졸업 반지, 시험지 유출 사건, 심지어는 캠퍼스 귀신 목격담까지. 아름은 파일들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이 평범해 보이는 캠퍼스 안에 이렇게나 많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느꼈다.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모험심이 다시금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아름의 손길이 멈춘 곳은 유독 두꺼운 한 파일이었다. 표지에는 ‘사랑의 저주: 한울대 전설의 진실을 찾아서’라고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아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떨어졌다. ‘사랑의 저주’ 전설. 입학 전부터 캠퍼스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연인들이 특정 장소에서 고백하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불길한 소문이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름은 그 전설에 대해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미스터리 의뢰’로 다뤄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파일을 열자, 현우의 것으로 보이는 빼곡한 필체와 복잡한 도표, 그리고 현장 사진들이 아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라, 마치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이 집요하게 파고든 연구 결과물 같았다. 페이지마다 날짜가 다른 메모들이 덧붙여져 있었고, 어떤 메모에는 현우의 이름 이니셜 ‘H.W’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아름은 현우의 이름이 적힌 메모들을 보며 묘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단순히 동아리 활동을 넘어, 이 전설이 현우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파헤쳐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그의 냉철한 표정 뒤에 감춰진 어떤 이야기, 그가 이 전설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선우는 아름이 ‘사랑의 저주’ 파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름 씨, 그렇게 재미있어요? 우리 회장님이 제일 집착하는 미스터리가 바로 그 '사랑의 저주' 전설이에요. 거의 뭐, 개인 연구 수준이라니까요. 밤낮없이 그 파일만 붙들고 살았어요." 선우의 말에 아름은 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여전히 낡은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고 책에 몰두해 있는 그의 옆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복잡하고 어두워 보였다. 그의 곧게 뻗은 콧대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났고, 굳게 다문 입술은 마치 어떤 비밀을 단단히 봉인한 듯했다.

아름은 현우가 단순히 ‘탐정단’ 회장으로서 전설을 쫓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인적인 이유로 이 전설에 깊이 얽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의 예리한 직감은 현우의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비밀을 감지했고, 그것이 그녀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그녀의 심장을 미묘하게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아름의 마음속에는 미스터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 외에, 현우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묘한 설렘과 궁금증이 피어났다. 마치 잘 짜인 추리 소설의 첫 페이지를 넘긴 것처럼, 그녀는 현우라는 인물의 비밀을 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때였다. 현우가 들고 있던 책을 소파 옆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 소리에 동아리 방 안의 정적이 깨졌다. 그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아름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아름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아름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한아름." 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네 가입 시험은 '사랑의 저주' 미스터리다."

현우의 말에 아름은 순간 숨을 멈췄다. 그녀가 관심을 보이던 바로 그 전설이 자신의 가입 시험이라니. 놀라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이 상황에 아름은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현우는 아름의 눈빛을 읽으려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미스터리는 추리 소설처럼 단순하지 않아. 금방 포기하고 도망칠 텐가?"

현우의 도발적인 말에 아름의 얼굴에는 오히려 결연한 의지가 피어났다. 그의 차가운 말이 그녀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그녀는 주눅 들지 않고 현우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맑고 커다란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가득했다.

"선배님, 제가 맡겠습니다!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요. 그리고 제 감은 틀린 적이 없어요!" 아름은 자신의 목소리에 떨림이 섞이지 않도록 애썼다. "선배님도 제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그녀의 말에는 단순한 패기를 넘어선,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이 담겨 있었다.

현우는 아름의 당돌함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짧은 반응에 아름은 순간 실망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무관심한 태도가 오히려 그녀의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우에게서 직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의 차가운 벽을 반드시 허물어뜨리겠다고 다짐했다.

아름은 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선배님, '사랑의 저주' 미스터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뭘 알아야 할지, 어떤 단서부터 찾아야 할지 궁금해요." 아름의 눈빛은 뜨거운 불꽃처럼 타올랐다. 선우는 아름의 의외의 당찬 모습과 타오르는 열정에 감탄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하, 아름 씨, 대단한데요! 우리 회장님이 저렇게까지 도발했는데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불타오르네. 좋아, 좋아! 현우 저 녀석도 아름 씨 같은 새내기는 처음 만났을 거야. 자, 이쪽으로 와봐요. 내가 아는 모든 걸 알려줄게요!" 선우는 아름의 열정에 감탄하며 흔쾌히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선우는 아름의 눈빛에서 현우 못지않은 집념을 엿본 듯했다. 그는 낡은 지도를 펼쳐 보이며 아름에게 ‘사랑의 저주’ 전설에 얽힌 장소들을 가리켰다.

아름은 동아리 방을 나서며 다짐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심장은 뜨거웠다. ‘이번 가입 시험으로 반드시 현우 선배에게 내 가치를 증명해 보일 거야. 그리고… 저 ‘사랑의 저주’ 전설 속에 숨겨진 현우 선배의 개인적인 비밀도 꼭 알아내고 말겠어!’ 그녀의 마음속에는 미스터리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현우에 대한 묘한 설렘이 뒤섞여 피어났다.

동아리 방 문을 닫으며, 아름은 다음 화에서 펼쳐질 첫 의뢰와 현우와의 로맨틱한 미스터리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어두워진 복도를 걸어 나가는 그녀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고,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캠퍼스 전설의 베일을 벗기는 동시에, 현우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의 마음속 비밀까지 풀어낼 수 있을지, 아름은 가슴 벅찬 상상을 하며 밤하늘의 별똥별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대학 생활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로맨스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