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대학교의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캠퍼스는 기대와 활기로 가득 찬 학생들로 북적였다. 그 인파 속을 걷는 한아름의 발걸음은 벚꽃잎처럼 가볍기도, 때로는 낯선 공기에 짓눌린 듯 무겁기도 했다. 분홍빛으로 물든 벚나무 터널을 지날 때마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따스한 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듯 화사한 풍경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아름은 캠퍼스 로맨스를 꿈꿔왔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는 선배와의 우연한 눈 맞춤, 도서관 책장 사이에서 마주치는 설렘 가득한 시선, 빗속에서 함께 우산을 쓰는 운명적인 만남 같은 장면들을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왔다. 마치 한 편의 청춘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현실의 캠퍼스는 낭만적인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수많은 인파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다녔고, 복잡한 건물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각자의 길을 바삐 가는 선배들의 모습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기색마저 엿보였다. 아름은 이 거대한 공간 속에서 자신이 길을 잃거나, 혹은 너무나 평범한 존재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주눅이 들었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