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실의 공기는 훈련장 복도의 눅눅한 땀 냄새와 확연히 달랐다. 차갑게 식은 기계음과 갓 출력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서준은 문턱을 넘어서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책상 앞 두 걸음 거리에 서서, 의자에 앉은 예빈을 내려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예빈은 안경테를 가볍게 밀어 올리며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바인더를 톡톡 두드렸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는 서준의 이름과 학번, 그리고 플뢰레 종목 코드가 하얀 라벨로 붙어 있었다.
"윤서준 선수, 2021년 대통령배 8강전 12대 15 패배. 2022년 대학연맹전 8강전 13대 15 패배. 그리고 지난달 춘계선수권 8강전 11대 15 패배."
예빈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마치 일기예보를 읽는 아나운서처럼 담담했다. 그녀는 책상 모서리에 놓인 무선 마우스를 쥐고 벽면의 대형 모니터를 켰다.
화면이 켜지며 세 개의 분할 영상이 동시에 재생되었다.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은 상대들과 맞붙은 서준의 경기 장면이었다.
"공통점을 아시겠습니까?"
"상대들이 전부 왼손잡이였거나, 리치가 긴 장신이었습니다. 단순한 상성 문제예요."
서준이 팔짱을 끼며 턱을 치켜들었다.
"단순한 상성이라."
예빈은 짤막하게 대꾸하며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세 화면의 영상이 동시에 멈췄다.